박근혜 대통령은 유엔 정상외교로 추석연휴를 바쁘게 보냈다.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한 비전을 세계 각국으로 확대하는 큰 성과를 거뒀다. 통일을 외교의 전면에 부상시켰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통일외교는 이미 큰 성공을 거둔 상태다. 아쉬운 것은 경제외교가 점차 퇴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그동안 세계 각국과 FTA 협정을 맺으며, 또 G20 등 다자간 외교에서 보이던 ‘코리아 이니셔티브’라는 것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으로 아시아 경제권역의 주도권을 잡아가고 있는 중국이나, 막대한 투자재원으로 동남아지역을 앞마당으로 만들고 있는 일본에 비길 바는 물론 아닐 것이다. 그러나 중동에서 원전을 수주하고, 고속철을 팔기 위해 백방으로 뛰던 한국은 어쩐 일인지 보이지 않는다. 이번 박 대통령의 유엔 정상외교에서도 공식적인 활동 외에는 굵직한 비즈니스 협상이나 교섭을 찾아볼 수 없었다. 중국과 인도 정상들은 공식 활동의 대부분을 경제외교에 초점을 맞추며 방미 외교의 기회를 극대화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외교의 주된 주제는 물론 통일외교다. 또 보름 뒤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기도 하다. 그러나 중국과의 서두른 FTA 체결, 그리고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대한 미온적 대응 이후 글로벌 경제외교 무대에서 점차 한국을 찾기 어려워진 것은 분명하다. 특히 TPP에 대해서는 때늦은 참가가 나중에 비싼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는 말까지 공공연히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각국 환율이 출렁이고 증권시장이 요동치는 와중에도 주요 경제장관이 미국 일본 중국의 카운터파트와 따로 회동을 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도 없다. 애써 뚫어놓은 원전시장은 중국에 뺏기고 고속철도 시장은 아예 배제되고 있다.

메르스를 이유로 한·미 정상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데 이어, 우방들이 반대하는 중국 전승절에 굳이 참여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행보도 있었다. 비록 통일외교가 다급하다고는 하더라도 경제외교를 경시할 수는 없다. 대한민국은 세계로 열린 국가다. 대통령이 통일외교에 몰두한다면 누군가는 비즈니스 외교로 뒤를 받쳐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