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우리 경제가 심각한 국면에 진입했다는 경고는 귀에 못이 박힐 지경이다. 내수도 수출도 뒷걸음이고 간판기업들마저 조 단위 적자로 시름에 싸인 형편이다. 그런 점에서 어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내놓은 분석은 그 종합판이라 할 만하다. 한국 기업들이 저성장, 제품 매력도 저하, 구조적 저수익성, 지배구조의 낮은 투명성 등으로 사면초가에 처했다는 것이다. 이는 중장기적인 신용도 추락으로 나타날 것이란 경고다.

S&P가 제시한 수치들은 한국 기업들이 터닝포인트를 넘어 뚜렷한 내리막길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지난 5년간 신용등급이 평균 BBB+에서 BBB-로 두 계단 내려갔다. 앞으로 개선 전망도 어둡다. 특히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3사(현대차·기아차·모비스)를 제외한 ‘톱 150’ 기업들은 5년간 순차입금이 40%나 증가했다. 영업현금흐름이 계속 악화돼 차입에 의존한 결과다. 더 큰 문제는 삼성전자 현대차조차 걱정이란 점이다. 스마트폰은 미국과 중국, 자동차는 유럽·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너트크래커 신세다. 사면초가 말고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이런 지경임에도 정치권은 기업 위에 ‘완장’으로 군림하고, 노조는 투쟁과 파업으로 일관하며, 이익집단들은 돈이나 더 내놓으라고 압박한다. 정부는 말로만 구조개혁을 외칠 뿐, 이를 관철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기업은 기업대로 무기력증에 빠져 혁신 대신 보신주의가 득세하는 듯하다. 우리 경제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