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또 재벌개혁론을 들고나왔다. 특히 야당 측 논리는 빈약하기 이를 데 없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그제 국회에서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열거한 사례는 황당하기까지 하다. 이 대표는 “현대자동차그룹의 한국전력 부지 매입, 대한항공의 ‘땅콩회항’ 사건, 삼성물산 합병 등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부당한 결부요 ‘원인-결과’에 대한 혼동이다.

현대차의 한전 부지 매입은 공개적으로 이뤄진 투자다. 공공기관 이전에 따라 그 부지를 서울시가 매각해야 했고, 현대차는 공개입찰에 응했다. 투자금액 문제는 현대차의 판단일 뿐이다. 대한항공 사건만 해도 이미 법에 따라 징벌이 이뤄진 일이다. 일부에서 과도한 처벌이었다는 지적이 있을 정도다. 삼성물산 합병도 몇 번씩 법원의 판결을 받아 합법적으로 진행된 사안이다. 이런 것을 다시 손보겠다면 법 위에 또 다른 ‘여의도법’이라도 만들겠다는 얘긴가.

재벌개혁론은 새누리당이 먼저 꺼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2일 국회에서 4대 개혁과 재벌개혁을 연계해 언급한 것이다. 극도의 투자부진 등 나라경제를 쑥대밭으로 만든 것이 ‘경제민주화’라는 것을 집권당조차 알지 못한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노동개혁을 저지하기 위한 레토릭이 바로 재벌개혁이라는 성동격서 식의 선동이다.

대기업 규제는 지금도 과도하다. 계열사 간 신규순환출자금지, 대주주 지분 의결권 제한 등으로 사업확장도 정상적인 승계도 어렵다. 중소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사업영역까지 제한받는 것은 물론 그런 엉터리 규제 덕에 외국 대기업만 이득을 본다는 것도 이미 귀가 따갑도록 되풀이했던 비판이다. 투자와 성장은커녕 ‘엘리엇 사례’에서 보듯 언제든 경영권 공격에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또 재벌개혁론이라니…. 노동개혁을 저지하기 위한 교묘한 ‘물귀신 같은 레토릭’일 뿐이라는 추론을 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