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제주서도 상경한 취업준비생들
“제일 멀리서 오신 분 질문하세요.”

신영철 우리은행 인사부 과장의 말에 여기저기서 손이 올라왔다. 제주도에서 왔다는 김은수 씨는 “자기소개서에 다른 은행 인턴 경험을 써야 하나요, 아니면 지원하는 은행의 인재임을 강조해야 하나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목포에서 대학에 다닌다는 황세영 씨는 “지역인재는 얼마나 채용하는지”를 물었다.

지난 25일 중앙대에서 열린 ‘한경 은행권 잡콘서트’ 행사장에는 은행 취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들었다. 이날 은행권 잡콘서트는 오후 2시에 열렸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였는데도 오전 10시부터 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당초 오후 5시에 끝날 예정이던 행사는 참석자들의 질의 응답이 길어지면서 오후 7시30분까지 무려 5시간 반이나 계속됐다.

한경 잡콘서트에 참석하기 위해 부산에서 새벽기차를 타고 같은 학과 친구와 함께 왔다는 박경민 씨는 “부산에는 이런 행사가 없다”며 “KTX 비용이 아깝지 않도록 꼭 합격하고 싶다”고 말했다.

24일부터 입사원서 접수를 시작한 우리, 국민은행을 비롯한 6개 시중은행은 다음달 말까지 1700명 안팎의 대졸 신입사원을 뽑는다. 지난해(1460명)보다 소폭 늘었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포스코그룹 등도 경기는 좋지 않지만 임금피크제 등을 도입해 청년고용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국내 500대 대기업 222개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올 하반기에 대졸 신입사원을 2만840여명 뽑겠다고 한다. 지난해보다 7.4% 늘었다.

그러나 이날 행사장에 온 취업준비생들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늘린다고 하지만 1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취업준비생을 감안하면 증가폭이 미미하다. 서울에서 열리는 취업설명회에 전국 각지에서 몰려들 정도로 취업준비생들은 절박하다.

한 대학의 취업경력센터장은 “아무리 좋은 교육을 시켜도 채용이 많지 않아 학생들이 갈 곳이 없다”며 “기업들이 직업교육 프로그램보다는 고용을 직접 늘리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태윤 산업부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