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한명숙 유죄 판결은 우리 사회의 치부를 거듭 확인케 했다. 정치인의 양심문제와 사법부의 정의문제다. 세 차례에 걸쳐 불법정치자금 9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재판이 확정되는 데 5년이나 걸렸다. 그 사이 전 총리 한명숙은 새정치민주연합의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의원 임기를 거의 다 채웠다. 이래도 특별대우가 없었다고 할 것이며, 사법부는 진실을 가리는 책무를 다 했다 할 텐가.

늦어도 한참 뒤늦게 대법원은 대법관 13명 전원일치로 유죄를 판결했다. 하지만 한씨도, 새정치연합의 그 누구도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치권력이 개입된 불공정한 판결” “정치보복”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렇다면 동생 전세금으로 썼다는 1억원 등 대법관 전원유죄 판결이 난 1차 3억원의 수수까지도 부인하는 것인가. 소위 재야 출신으로 총리를 지냈다는 이가 최소한의 양심도 없다.

사법부도 부끄럽게 됐다. 새 판례를 낸 것도 아니고, 법률의 새로운 해석도 아니었다. 자금 수수에 관한 단순한 사실관계를 두고 몇 년간 재판을 끌며 야당 눈치만 봤다. 뒤늦은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법언이 나온다. 정치인들의 후안무치만큼이나 사법부까지 저급 정치에 물드는 현실이 딱할 뿐이다. 사법부도 망신살이 뻗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