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어제 ‘오락가락 배임죄 적용, 이대로 괜찮은가’란 주제의 정책토론회가 정갑윤 국회부의장과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열렸다. 이 토론회는 정 부의장이 배임죄의 형사처벌 기준을 ‘사익(私益) 목적의 고의범’으로 한정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이번주 대표 발의하기에 앞서 마련한 자리다. 소위 ‘걸면 걸린다’는 형법상 배임죄의 적용기준을 기업인의 경영판단에 대해서는 완화해야 한다는 데 토론자들도 대체로 의견을 같이했다. 너무도 포괄적인 배임죄를 손질할 때가 됐다는 얘기다.

현행 배임죄의 가장 큰 문제는 적용범위가 모호하고 광범위해 법률의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이다. 배임죄란 ‘자신의 임무를 위반하는 행위’인데, 합리적 판단으로 출발했어도 결과가 나쁘면 사후확증식 처벌 대상이 되기 일쑤다. 이현령비현령식 배임죄 기소로 한 해 1000명 안팎의 경영인이 법정에 선다. 이런 현실에서 경영자들이 실패 위험이 있는 모험 투자를 주저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한국의 기업가정신지수(GEI)가 세계 28위로 대만(8위) 싱가포르(10위)보다 훨씬 뒤처진 것도 이와 전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기업경영의 본질은 위험 추구에 있다. 현찰을 쌓아놓는 것 말고 위험하지 않은 투자가 어디 있으며,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더 큰 이익을 내는 방법은 또 어디 있겠는가. 위험을 감내하는 기업가들의 과감한 투자가 오늘날 경제발전의 원동력이다. 경영자들이 신중하게 내린 투자결정이 당초 예측을 벗어나 비록 손해가 발생한 때라도 이를 면책한다는 ‘경영판단 원칙’은 배임죄를 채택한 독일 일본 등 선진국들도 기본적으로 고려하는 사항이다.

엄한 처벌만이 곧 법치라고 여긴다면 이는 여론재판과 다를 바 없다. 법이 죄를 명확히 규정하고 처벌은 그에 상응하는 수준일 때 법치가 실현되는 것이다. 물론 배임죄의 순기능도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배임죄 처벌은 고의범, 목적범에 그쳐야지 과실범까지 확대하는 것은 과잉처벌이자 과잉범죄화일 뿐이다. 일기예보가 틀렸다고 예보관을 처벌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악성 규제보다 더 무거운 기업활동의 족쇄를 언제까지 이대로 둘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