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은 국내 화장품사(史)에서 ‘최초’라는 수식어를 가장 많이 가진 회사로 꼽힌다.

1951년 출시한 ‘ABC포마드’는 한국 최초의 식물성 포마드로 기록돼 있다. 포마드는 머리에 바르는 반(半)고체 또는 젤 상태의 기름이다.

ABC포마드는 기존 포마드의 뻣뻣함과 번들거림을 해결해 높은 인기를 누리면서 회사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1964년에는 ‘오스카화장품’이 국내 화장품으론 처음 수출 길을 텄다.

2년의 연구 끝에 1966년 내놓은 ‘ABC인삼크림’은 세계 최초의 한방화장품이었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이 제품을 계기로 인삼에서 사포닌을 추출해 화장품을 만드는 연구개발(R&D) 노하우를 쌓기 시작하면서 오늘날 ‘설화수 신화’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1989년에는 세계 최초의 녹차 화장품 ‘미로’를, 1997년엔 주름 개선에 도움이 되는 세계 최초의 기능성 화장품 브랜드 ‘아이오페’를 출시했다.

[광복 70년, 다시 기업가 정신이다] ABC인삼크림·미로·아이오페·쿠션…아모레퍼시픽, 화장품업계 '최초' 제조기
2008년 선보인 쿠션 화장품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유형의 화장품으로 공전의 히트를 이어가고 있다. 쿠션(사진)은 선크림, 메이크업 베이스, 파운데이션 등 각종 메이크업 제품을 특수 스펀지에 흡수시켜 팩트형 용기에 담은 것이다.

도장 찍듯 피부에 툭툭 찍어 바르면 화장이 끝나는 편리함 덕분에 국내외에서 지금까지 총 6300만개가 팔렸다.

화장품업계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 외국 화장품을 모방하지 않고 독자 개발한 제품을 통해 성공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한국에서 독보적인 1위를 굳힌 아모레퍼시픽의 과제는 해외에서도 성공하는 것.

회사는 중국, 미국, 유럽을 3대 축으로 해외 진출을 확대해 2020년 매출 12조원, 해외 매출 비중 51%를 달성하고 ‘글로벌 톱5’ 화장품 회사에 진입한다는 중장기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미국 매출은 2010년 121억원에서 지난해 349억원으로 늘긴 했지만 에스티로더, 로레알 등 글로벌 기업과는 격차가 크다. 프랑스에서는 2011년 향수 브랜드 ‘아닉구탈’을 인수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지만 수년째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고위 관계자는 “중국 사업은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안착했지만 화장품 강국인 미국과 유럽은 아시아 업체에는 장벽이 높은 시장”이라며 “단기간에 큰 실적을 내려 하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