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박현규 교수 "유전자 진단분야 새 원천기술…단백질·중금속 검출도 가능"

국내 연구진이 표적 물질과 결합하는 특성이 있는 DNA 물질을 이용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바이러스 감염 여부 등을 저렴하게 검사할 수 있는 유전자 진단기술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강성모)은 27일 생명화학공학과 박현규 교수팀이 특정 단백질이나 효소를 인식하는 물질인 압타머(Aptamer)를 이용해 각종 바이러스 등 다양한 표적 DNA를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유전자 진단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현재 특정 바이러스 등을 검출하는 데에는 표적 DNA에 딱 들어맞는 상보적 염기서열이 포함된 헤어핀 구조의 DNA에 형광 및 소광제 물질이 붙어 있는 일명 '분자 비콘'(molecular beacon) 기술이 활용된다.

그러나 분자 비콘 기반의 유전자 분석은 분석 대상인 표적 DNA가 바뀔 때마다 이에 대응하는 값비싼 새로운 분자 비콘 프로브(검출물질)가 필요하기 때문에 다양한 표적 DNA를 분석하는 데 큰 비용이 드는 문제가 있다.

연구진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DNA 중합효소와 결합해 이 효소의 활성을 저해하는 물질인 압타머를 고안했다.

또 이를 역으로 이용해 표적 DNA(특정 바이러스)가 있을 때만 압타머가 DNA 중합효소와 결합하지 않게 해 이 효소의 활성이 유지되게 하는 기술도 처음으로 개발했다.

압타머는 저분자 화합물부터 바이러스, 단백질, 중금속 등 다양한 표적 물질에 높은 친화성과 특이성을 가진 작은 단일 가닥 DNA로 이들 물질 유무에 따라 DNA 중합효소의 활성을 조절하기 때문에 이들 물질 검출에 활용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박현규 교수는 "이 압타머를 형광 프로브와 함께 검사 시료에 넣으면, 시료 속에 검출하고자 하는 바이러스가 있을 때만 압타머가 DNA 중합효소와 결합하지 않아 이 효소의 활성이 유지된다"며 "이 DNA 중합효소가 형광 프로브가 빛을 내도록 하기 때문에 다양한 표적 DNA를 민감하게 검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은 표적 DNA의 종류에 따라 새로운 분자 비콘 프로브를 만들어야 했던 기존 기술과 달리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 압타머와 똑같은 형광 프로브를 이용하기 때문에 다양한 표적핵산을 값싸고 손쉽게 검출할 수 있어 과거보다 여러 가지 병원체 감염 여부를 저렴하고 수월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 기술을 활용하면 메르스처럼 새로운 병원체에 대한 진단 키트를 용이하게 제작할 수 있어 여러 병원균에 대해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며 "향후 유전자 진단 분야에서 새 원천기술로 널리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며 이 기술은 단백질은 물론 중금속 검출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래창조과학부 글로벌프론티어사업(바이오나노헬스가드연구단) 지원으로 수행된 이 연구 결과는 영국왕립화학회가 발행하는 '케미컬 커뮤니케이션즈'(Chemical communications, 6월호) 뒷면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대전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scite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