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크라우드펀딩 법제화를 환영한다
지난해 12월 미국 최대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에선 한국의 작은 기업이 올린 아이디어에 순식간에 16만여달러(약 1억8000만원)의 투자금이 몰렸다. 주인공은 설립된 지 6개월밖에 안 된, 직원 10명의 직토라는 회사다. 직토는 킥스타터에서 모은 자금을 기반으로 걸음걸이 교정용 웨어러블 팔찌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직토와 같은 신생기업들이 한국에서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자금을 모은다면 어떤 변화가 있을까. 한국 투자자들은 좀 더 다양한 투자 기회를 얻게 될 뿐만 아니라, 투자 기업이 성공했을 때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또 한국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 활성화하면 전 세계 유망한 신생기업들이 한국 시장으로 몰리고, 투자받은 기업은 앞으로 한국 시장에 상장하거나 사업기반을 두며 일자리 증가와 자본시장 발전의 선순환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한국도 크라우드펀딩의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2년간의 논의 끝에 지난 6일 크라우드펀딩 관련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앞으로 자본금 5억원에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자’로 등록하면 크라우드펀딩 사업자로 홈페이지를 열어 자유롭게 사업할 수 있다. 일반투자자는 연간 투자한도가 500만원, 금융소득이 2000만원 이상인 투자자는 연간 2000만원까지 가능하다. 기관투자가들은 무제한 투자할 수 있다. ‘49인 이하’라는 투자인원 규제도 없어졌다. 기업들은 온라인 크라우드펀딩 사업자가 중개하는 소액 투자자들로부터 연간 7억원까지 투자받을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는 기업이 일반투자자에게 직접 증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금지됐다. 기업은 증권 발행시 주요 정보를 증권신고서에 담아 금융당국에 제출하고, 증권사가 중간에서 발행을 주선했다. 이는 1929년 대공황 이후 미국이 투자자 보호를 주요 철학으로 삼아 제정한 ‘증권법’을 따른 것으로, 지난 80~90년간 자본시장을 지배해온 대원칙이었다. 크라우드펀딩은 이 같은 오래된 원칙을 적용받지 않는 금융혁신이라고 볼 수 있다. 이미 미국은 ‘잡스법’을 통해 한 발짝 앞서 금융혁신을 실현했다.

인터넷 창업, 1인 창업 등 소규모 창업이 일상화돼 가는 창조경제 시대엔 새로운 금융 대안이 필요하다. 소액 자금을 유치하려는 신생기업에는 증권 발행 비용도 버겁다. 크라우드펀딩은 이 같은 신생기업의 자금 조달 통로를 터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정보기술(IT) 발달의 성과를 자본시장에 전달하는 긍정적 파급 효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크라우드펀딩 제도가 시장에 잘 안착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정부도 민간에만 크라우드펀딩 시장을 맡겨두기보다는 적극적 지원을 통해 제도 초기 연착륙을 꾀해야 한다. 크라우드펀딩 사업자가 우수한 창업기업을 발굴해내는 안목과 역량을 갖추고, 여러 성공 사례들을 집적시켜 모험투자 저변을 넓히는 데 기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정부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기반으로 지역의 우수 기업을 발굴해서 크라우드펀딩 사업자와 연결하는 작업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 크라우드펀딩 사업자의 등록 요건을 완화하는 대신, 금융사고가 나지 않도록 사업자 검증작업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크라우드펀딩 계좌관리 등을 하는 중앙기록관리기관도 조속히 선정해야 한다. 제도 시행에 앞서 금융 인프라 구축에 차질을 빚어선 안 되기 때문이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크라우드펀딩은 그 자체가 IT 발달을 활용한 금융혁신이다. 이번 크라우드펀딩 도입을 계기로 건강한 창업 생태계가 형성돼 창조경제 실현의 자양분이 되기를 기대한다.

신인석 < 자본시장연구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