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낀 세대' 50대의 즐거운 '인생 2막' 만들기
은퇴를 코앞에 둔 50대는 부모 부양과 자녀 양육을 동시에 책임져야 하는 ‘낀 세대’다. 자녀가 부모를 부양한다는 전통적 가치관을 당연시하지만 정작 자신의 노후는 자식에게 마냥 기댈 수 없는 외로운 세대다.

최근 모 온라인 취업포털 조사에 의하면 ‘2030 직장인’ 10명 중 3명은 현재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로부터의 지원은 ‘결혼할 때까지’라는 응답이 29.8%, ‘분가 등 주거 독립할 때까지 받을 계획’이라는 응답이 26.3%로 뒤를 이었다. 부모는 자식 교육비, 결혼비용 지출에 허리가 휘는데 자식은 그 어려운 속사정을 헤아리지 못하고 당연시 여기는 것이 현실이다.

산업화의 주역인 50대는 가족보다 일을 최우선으로 하며 살았고 직장을 떠난 뒤의 삶에 대해서도 심리적, 경제적으로 준비를 해본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에 따른 불안도 크다. 설상가상으로 부모에 대한 부양 책임을 지지 않는 쪽으로 가족 문화가 변화하는 것을 감당해야 하는 것도 50대의 스트레스다.

하지만 ‘일벌레’ 50대에 그늘만 있는 것은 아니다. 50대는 다른 세대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아직은 사회를 이끄는 위치에 있다. 빠른 경제성장 과정에서 안정적인 직장과 부동산 가격 상승 혜택을 오롯이 누릴 수 있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가계금융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50대의 평균 보유자산은 4억3000만원이고 부채는 7900만원으로 나타났다. 보유자산 대부분이 부동산(68%)인 셈이다. 하지만 이는 평균적인 수치일 뿐 50대라 하더라도 보유한 자산은 다르다. 자산 규모와 유형별로 은퇴자산 전략을 달리할 수밖에 없다.

보유자산이 5억원 미만인 경우 은퇴 이전에 가정 먼저 할 일은 부채를 갚는 것이다. 소득이 줄어드는데 대출 이자에 원금상환까지 해야 한다면 안정적인 노후생활은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대출상환이 여의치 않다면 주택규모를 줄이는 ‘다운사이징’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보유자산이 5억원 이상 10억원 미만이라면 대출금 상환을 위한 부채관리와 적절한 자산배분 전략이 필요하다. 보유 부동산의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부채를 상환해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 주택의 입지 또한 교육여건보다는 생활 편의성과 병원 접근성, 이동 편의성 등 주거환경이 더욱 중요해진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즉시연금 등 다양한 연금형 상품을 고려하되 최저보증이율, 원금보장, 비과세 혜택 등을 검토해 결정하는 것이 좋다.

보유자산이 10억원 이상이라면 노후준비는 물론 자산이전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최고 50%인 상속세에 대한 대비와 상속분쟁 방지를 위한 재산분할계획 등을 사전에 꼼꼼히 챙겨야 한다.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상속세 절세 방안을 찾고 상속세 납부 재원 마련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혼자 하기 힘들다면 주변 전문가와 상담해 보다 현실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면 좋겠다.

노후생활을 위해 자금마련 및 재무설계를 아무리 성공적으로 준비했더라도 적절한 일과 취미, 활동할 수 있는 건강 등 비재무적 요소를 제대로 못 챙긴다면 은퇴생활은 무의미해질 것이다. 결국 ‘어떻게 행복하게 은퇴생활을 할 것인가’는 돈과 일, 건강, 취미생활이 조화가 이뤄져 ‘행복과 보람을 얼마만큼 찾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이경일 < 교보생명 경인노블리에센터 웰스매니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