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불황·원화 강세 등 대내외 상황 악화에 판매 감소
글로벌 종합상황실 인력 확충…환율 변화 등 24시간 모니터링
정몽구 회장, 정면돌파 지시
현대·기아자동차가 엔저(低) 등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 점유율 유지를 위해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제네시스 쿠페를 분해한 작품 등을 전시한 서울 언주로의 현대모터스튜디오. 현대차 제공

현대·기아자동차가 엔저(低) 등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 점유율 유지를 위해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제네시스 쿠페를 분해한 작품 등을 전시한 서울 언주로의 현대모터스튜디오. 현대차 제공

대내외 상황 악화로 현대·기아자동차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현대·기아차(43,600 +0.23%)의 텃밭이었던 신흥국 경기가 고꾸라지고, 미국 등 선진시장에선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업체들에 치이고 있다. 특히 엔화 및 신흥국 통화 약세 상황이 길어지면서 원화가치가 크게 떨어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어렵다는 진단이 내부에서 나올 정도다.

현대·기아차도 당장 어려움에서 벗어나긴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 체력이 강해진 만큼 시간이 지나면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수익성을 지키기보다는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현대·기아차는 24시간 실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강화하고 달러 결제 비율을 높이면서 시장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 하반기 신차를 미국시장 등에 투입하면 점유율을 높이면서 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발 끈 조여 매고 긴장해야”

정몽구 현대차(124,500 -0.40%)그룹 회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긴장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은 “현재 대외상황은 개별 기업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지만 우리 스스로 헤쳐나갈 수밖에 없다”며 “이럴 때일수록 신발 끈을 조여 매고 긴장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의 진단처럼 현대·기아차를 둘러싼 경영환경은 날로 나빠지고 있다.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환율은 최악의 조건이다. 2년 전과 비교해 엔화와 유로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각각 25%, 21% 떨어졌다. 3년 전 대비로는 41%, 25%씩 하락했다. 유럽과 일본의 경쟁 업체들은 미국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가격을 내릴 수 있는 여력이 생긴 반면 현대차는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쓰기 어렵다. 이 때문에 지난달 미국시장에서 현대차 판매량은 전년 같은 달보다 10% 넘게 감소했다.

현대차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브라질과 러시아의 화폐 가치도 속절없이 떨어졌다. 브라질 헤알화와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2년 새 40% 안팎으로 하락했다. 2년 전과 같은 매출을 올리려면 자동차를 40%가량 더 팔아야 한다. 하지만 신흥국의 경기가 좀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이마저도 힘들다.

이 때문에 1분기 현대차 영업이익은 1조5880억원으로 작년 1분기보다 18.1%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기아차 영업이익은 31.7% 급감했다. 현대·기아차 고위 관계자는 “외부 변수가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어렵다는 게 내부 인식”이라고 전했다.

○점유율 지키기에 총력

현대차 "이익 줄어도 시장 잃지 말자"…점유율 6-8-10% 사수 총력

현대·기아차는 여러 악재가 겹친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 회장도 “너무 위축될 필요 없으니 자신감을 갖고 위기에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고 독려하고 있다.

우선 현대·기아차의 자신감은 강한 체력에서 나온다. 시장별로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차종이 첫째 근거다. 2002년 28종이었던 현대·기아차의 차량 모델은 40여개로 늘었다. 현지 전략 차종도 10여개에 이른다. 이런 강점을 바탕으로 현대차는 주요 지역의 점유율 지키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시장 상황이 어려워도 유럽에서 6%, 미국에서 8%, 중국에서 10% 점유율은 반드시 유지하겠다는 게 현대·기아차의 목표다. 이른바 ‘6-8-10 전략’이다. 기아차가 어려움 속에 지난달 미국에서 6만3610대를 팔아 사상 최대 월간 판매량을 기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장 영업이익률에서 손해를 볼 수 있지만 글로벌 완성차업체 중 현대·기아차의 공장 가동률이 가장 높아 수익성이 크게 하락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위기 대응력을 키우기 위해 서울 양재동 본사에 있는 ‘글로벌 종합상황실’ 근무 인력을 늘리고, 24시간 실시간 모니터링 체제로 전환했다. 시장과 환율 변화에 따라 공장별 생산량을 신축적으로 조절하기 위해서다. 신흥국 통화나 유로화보다 달러화나 위안화 결제 비율을 늘리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하반기 미국시장 등에서 아반떼, K5, 스포티지 등의 신차가 투입되면 상황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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