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두 번째)이 1일 서울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2015년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손병두 호암재단 이사장, 이 부회장, 고건 전 국무총리, 한덕수 전 국무총리.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두 번째)이 1일 서울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2015년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손병두 호암재단 이사장, 이 부회장, 고건 전 국무총리, 한덕수 전 국무총리.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일 삼성가(家)를 대표해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했다. 부친인 이건희 삼성 회장의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직을 전날 승계한 데 이은 첫 대외 행사다. 지난달 26일 삼성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제일모직과 모태회사인 삼성물산의 합병 선언으로 그룹 지배력과 승계 체제를 공고히 한 후 첫 행보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이 이 회장을 대신해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해 사실상 행사를 주관한 것은 삼성의 총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대내외에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호암상은 삼성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전 회장을 기려 이 회장이 1990년 제정한 상이다. 이 회장도 심근경색으로 쓰러지기 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년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해 수상자들을 격려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날 25회 호암상 시상식이 열린 서울 순화동 호암아트홀 1층 로비에는 행사 시작 전부터 100명에 가까운 취재기자가 몰려 있었다. 이 부회장은 행사 시작 10분 전인 오후 2시50분께 행사장에 입장했다. 기자들과 마주치지 않는 2층 출입문을 통해서다. 삼성측은 “행사장 로비를 통해 입장할 경우 행사 주인공인 수상자들에게 쏟아질 관심이 분산되고 행사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이 부회장은 양복 왼쪽 상단에 수상자를 격려하는 의미를 담은 분홍색 꽃을 단 채 밝은 표정으로 행사장 맨 앞줄 가운데 자리를 잡고 앉았다. 참석자들과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공식 축사나 발언은 없었다. 삼성 관계자는 “호암상은 손병두 전 서강대 총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호암재단이 행사를 주관하기 때문에 이 부회장이 따로 연설을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행사장에는 삼성그룹 수뇌부도 총출동했다.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김종중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사장),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부문 사장, 이상훈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사장), 김상균 삼성전자 법무팀장(사장), 홍원표 삼성전자 글로벌 마케팅전략실장(사장), 육현표 에스원 사장, 조남성 삼성SDI 사장 등이 참석해 수상자들을 격려했다. 고건·한덕수·현승종 전 국무총리,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 등 각계 유명인사 550여명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시상식은 부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로 시작됐다. 수상자는 아프리카 극빈국 말라위 등에서 25년간 의료봉사를 해 ‘말라위의 나이팅게일’로 불리는 백영심 간호사(53·사회봉사상), 세계적 나노(1㎚는 10억분의 1m) 물질 전문가인 천진우 연세대 교수(53·과학상), 암 정복 가능성을 높인 김성훈 서울대 교수(57·의학상), 세계적 미세유체역학 전문가인 김창진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교수(57·공학상), 현대미술작가 김수자 씨(58·예술상) 등 5명이다.

손병두 이사장은 “올해는 이건희 회장이 호암상을 제정한 지 25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라며 “호암상을 제정하고 상을 위해 전폭적으로 지지해주신 이 회장께 호암재단을 대표해 심심한 감사를 드리며 회장님의 빠른 쾌유를 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수상자들이 상을 받을 때마다 밝은 표정으로 박수를 치며 그들을 격려했다. 행사 후 이 부회장은 시내 모처에서 모친인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을 모시고 만찬 장소인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로 이동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 이서현 사장 남편인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도 만찬에 참석했다.

주용석/남윤선/정지은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