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질주하는 중국계銀] 싼 위안貨 금리·中 진출 자문까지…중국계銀, 기업금융 집중공략
저렴한 수수료 등 앞세워 소매금융도 넘봐
건설은행 자본금 3배 늘려 대출 여력 확대
올해 중국 푸젠에 진출하는 반도체 부품 제조업체의 황모 사장은 지난달 공상은행 서울지점을 찾아 계좌를 열었다. 중국으로의 송금, 어음 할인 등 각종 외환서비스 때 수수료가 국내 은행보다 20% 정도 싸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위안화 대출 금리도 중국계 은행이 국내 은행보다 연 0.5~1%포인트가량 낮다. 푸젠 지역에 진출한 국내 은행이 없어 고민하던 그는 공상은행 본사로부터 중국 현지 사정에 대한 자문도 받을 수 있었다.
◆기업+소매금융 동시에
중국계 외은 지점(외국은행 국내지점)이 꾸준히 늘어나는 위안화 결제 수요를 바탕으로 국내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열리고 삼성전자가 지난달 처음으로 중국과의 무역 때 위안화 결제를 시작하는 등 국내 기업들의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계 외은 지점들은 최근 소매금융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과 근로자, 유학생을 넘어 한국인 금융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영업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해 1년 만기 연 3~4%에 달하는 위안화 예금으로 국내 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들인 게 대표적이다. 국내 증권사 등이 투자자들의 원화 자금을 모아 이를 달러로 바꾼 뒤 다시 위안화로 교환해 중국계 은행에 맡기는 구조의 상품이었다. 국내 외국환은행의 위안화 예금 잔액은 2013년 말 약 7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약 21조원으로 세 배가량 늘었다.
◆영업 강화 위해 자본금 증액
한국시장에서의 영업 확대를 위해 자본금을 늘린 은행도 나왔다. 중국건설은행은 지난달 갑기금을 1100억원 증액했다. 중국 본점에서 들여오는 갑기금은 외은지점의 자본금이다. 건설은행 자본금은 종전 664억원에서 1764억원으로 세 배가량 증가했다. 자본금을 늘리면 거액 신용공여 한도(자기자본의 5배까지), 동일 차주 신용공여한도(자기자본의 25% 이내) 등이 늘어나 대출 등 영업력이 확대된다.
건설은행은 아울러 중국계 외은 지점 가운데 처음으로 사옥도 마련했다. 지난해 말 서울 을지로2가에 있는 동양생명 빌딩을 500억원 안팎에 매입해 상반기 내 입주를 마칠 계획이다. 건설은행은 지난해 말 50명 수준인 임직원을 100명까지 늘린다는 방침도 세웠다.
중국계 외은 지점은 국내 위안화 결제 수요 확대에 주목, 이에 대응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위안화 결제에 동참하면서 협력사 가운데서도 중국과의 무역 때 잇따라 달러 대신 위안화로 결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국을 위안화 허브로 만들겠다는 정부는 중국과의 무역 때 국내 기업의 위안화 결제 비중을 현재 3%에서 2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박동영 중국교통은행 서울지점 고문은 “글로벌 네트워크에선 아직 영미계와 일본계에 못 미치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중국 비즈니스가 많은 한국과 동아시아 시장은 다른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일규/박한신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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