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진출한 중국계 은행들은 단순 무역금융을 넘어 기업대출과 소매금융 분야로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서울 서린동 영풍빌딩 1층에 있는 중국은행 서울지점.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국내에 진출한 중국계 은행들은 단순 무역금융을 넘어 기업대출과 소매금융 분야로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서울 서린동 영풍빌딩 1층에 있는 중국은행 서울지점.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중국공상은행 서울지점은 지난해 7월 중국 차이나민메탈의 한국 자회사인 민메탈코리아에 6억위안(약 1057억원) 규모의 여신한도를 설정하고, 바로 1000만위안(약 17억6210만원)의 대출을 집행했다. 공상은행 서울지점은 당시 한국에 진출한 중국 기업뿐 아니라 한국의 우량 기업과 거래를 적극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올해 중국 푸젠에 진출하는 반도체 부품 제조업체의 황모 사장은 지난달 공상은행 서울지점을 찾아 계좌를 열었다. 중국으로의 송금, 어음 할인 등 각종 외환서비스 때 수수료가 국내 은행보다 20% 정도 싸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위안화 대출 금리도 중국계 은행이 국내 은행보다 연 0.5~1%포인트가량 낮다. 푸젠 지역에 진출한 국내 은행이 없어 고민하던 그는 공상은행 본사로부터 중국 현지 사정에 대한 자문도 받을 수 있었다.

◆기업+소매금융 동시에

[한국서 질주하는 중국계銀] 싼 위안貨 금리·中 진출 자문까지…중국계銀, 기업금융 집중공략
중국계 외은 지점(외국은행 국내지점)이 꾸준히 늘어나는 위안화 결제 수요를 바탕으로 국내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열리고 삼성전자가 지난달 처음으로 중국과의 무역 때 위안화 결제를 시작하는 등 국내 기업들의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계 외은 지점들은 최근 소매금융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과 근로자, 유학생을 넘어 한국인 금융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영업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해 1년 만기 연 3~4%에 달하는 위안화 예금으로 국내 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들인 게 대표적이다. 국내 증권사 등이 투자자들의 원화 자금을 모아 이를 달러로 바꾼 뒤 다시 위안화로 교환해 중국계 은행에 맡기는 구조의 상품이었다. 국내 외국환은행의 위안화 예금 잔액은 2013년 말 약 7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약 21조원으로 세 배가량 늘었다.

◆영업 강화 위해 자본금 증액

한국시장에서의 영업 확대를 위해 자본금을 늘린 은행도 나왔다. 중국건설은행은 지난달 갑기금을 1100억원 증액했다. 중국 본점에서 들여오는 갑기금은 외은지점의 자본금이다. 건설은행 자본금은 종전 664억원에서 1764억원으로 세 배가량 증가했다. 자본금을 늘리면 거액 신용공여 한도(자기자본의 5배까지), 동일 차주 신용공여한도(자기자본의 25% 이내) 등이 늘어나 대출 등 영업력이 확대된다.

건설은행은 아울러 중국계 외은 지점 가운데 처음으로 사옥도 마련했다. 지난해 말 서울 을지로2가에 있는 동양생명 빌딩을 500억원 안팎에 매입해 상반기 내 입주를 마칠 계획이다. 건설은행은 지난해 말 50명 수준인 임직원을 100명까지 늘린다는 방침도 세웠다.

중국계 외은 지점은 국내 위안화 결제 수요 확대에 주목, 이에 대응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위안화 결제에 동참하면서 협력사 가운데서도 중국과의 무역 때 잇따라 달러 대신 위안화로 결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국을 위안화 허브로 만들겠다는 정부는 중국과의 무역 때 국내 기업의 위안화 결제 비중을 현재 3%에서 2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박동영 중국교통은행 서울지점 고문은 “글로벌 네트워크에선 아직 영미계와 일본계에 못 미치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중국 비즈니스가 많은 한국과 동아시아 시장은 다른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일규/박한신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