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9일 금융위 브리핑실에서 20조원 규모의 안심전환대출 추가 공급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9일 금융위 브리핑실에서 20조원 규모의 안심전환대출 추가 공급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정부가 29일 안심전환대출 20조원을 추가 공급하는 것은 여야를 막론하고 한도 확대를 요구한 데다 기존 연간 한도(20조원)가 나흘 만에 바닥날 만큼 중산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어서다. 안심전환대출은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연 2%대의 고정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것으로, 정부는 자칫 경기가 급변동하면 경제 불안의 뇌관이 될 수 있는 가계부채 문제를 완화하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안심전환대출에서 소외된 보험회사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저소득층 차입자의 불만이 큰 데다 낮은 대출금리를 원하는 수요자가 많아 대출시장이 큰 혼란에 휩싸일 조짐이다. 이번 2차 판매에서는 20조원 한도를 초과하면 집값이 낮은 순서로 공급하기로 해 1차 신청자와의 형평성 논란도 불가피하다. 사적인 계약에 정부가 개입했다는 전례도 문제다.

○한도 초과시 집값 낮은 순서대로

2차 안심전환대출 공급 한도는 20조원이다. 변동금리 또는 이자만 갚아온 은행권 대출을 대상으로 한다.

1차 판매 때는 ‘선착순’으로 신청받아 승인했지만, 이번엔 30일부터 내달 3일까지 일괄 신청받는다. 20조원 한도가 소진되지 않으면 조건이 맞는 대출을 그대로 실행하고, 20조원 한도를 넘으면 집값이 낮은 순서대로 승인하기로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1차 판매 때는 집값이 9억원 이하인 모든 사람이 혜택을 받았지만, 이번엔 집값에 따라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제2금융권에는 확대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 제2금융권은 금리나 담보 여력, 대출구조 등이 복잡해 전환 상품을 만들기 어렵고, 분할상환 능력이 있는 대출자가 많지 않아 실익이 적다고 판단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차 판매가 끝나면 추후 판매는 없다”고 못박았다. 금융위는 이번 2차 공급분(20조원)으로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안심전환대출 20조 추가] 금융위 "더 이상은 없다"…형평성 시비는 계속
○계속되는 형평성 논란

정부가 곧바로 2차 판매를 결정한 것은 빗나간 수요 예측에 대한 부담감과 함께 한도 확대를 요구해온 정치권의 압박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위는 당초 올해 한도를 20조원으로 잡아놓고 지난 24일부터 판매에 들어갔지만 불과 나흘 만에 동났다. 임 위원장은 예측 실패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정금리로 돈을 빌려 이미 원금을 갚고 있는 채무자는 대출을 신청할 수 없어 형평성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안심전환대출 20조 추가] 금융위 "더 이상은 없다"…형평성 시비는 계속
안심전환대출 갈아타기에서 소외된 2금융권 대출자의 불만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은 125조원(작년 말 기준)으로 이 중 안심전환대출 대상(변동금리이거나 이자만 내는 고객) 금액은 110조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연체도 없고 원금 상환 능력이 있는 차입자의 이자를 왜 정부가 세금을 들여 낮춰줘야 하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은행권도 부글부글

은행들의 불만도 만만치 않다. 연 3.5%가량의 기존 대출금리를 연 2% 중반으로 낮춰주면서 예대마진 감소가 불가피해서다. 40조원이 소진될 경우 은행권 손실이 3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안심전환대출의 금리가 일반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 훨씬 낮아 시장에서 금리를 둘러싼 혼란도 커지고 있다.

장창민/박한신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