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중고 명품매장 북적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명품 소비자 중에서도 ‘실속파’가 늘고 있다. 샤넬·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들이 국내에서 고가 정책을 고수하자 중고 명품 전문점으로 발길을 돌리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다.

명품족(族) 사이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중고 명품 매장은 서울 논현동에 있는 캉카스(사진)다. 병행수입 업체인 대하인터네셔널이 운영하는 이곳은 지상 1~7층(3966.9㎡) 규모의 백화점형 중고 명품 전문점으로 2013년 문을 열었다. 층별로 의류, 잡화, 시계, 보석 등의 매장을 두고, 내부 장식도 백화점 명품 매장과 흡사하게 꾸몄다. VIP룸도 있다. 한꺼번에 많은 소비자가 몰리면 직원들이 1 대 1 상담을 해줄 수 없기 때문에 동시에 쇼핑할 수 있는 인원을 6~7명으로 제한한 점도 명품 매장과 비슷하다.

이곳에는 하루 평균 60여명이 찾고 있다. 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의류·잡화), 파텍필립·바쉐론콘스탄틴·브레게(시계), 까르띠에·불가리·티파니(보석) 등 각 부문 ‘빅3’ 브랜드의 제품을 갖추고 있고, 쇼핑 환경이 백화점 못지않다는 입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중고 잡화는 8만점, 시계·보석은 3000점 이상 있다.
불황에 중고 명품매장 북적
예비 신랑 김정태 씨(34)는 “예물 시계를 사려고 여자친구와 함께 왔다”며 “태그호이어의 링크 시리즈가 정가보다 200여만원 싼 300만원 후반대라 놀랐다”고 말했다. 예비 시어머니에게 선물할 명품백을 사러 온 직장인 손미정 씨(29)는 “샤넬·루이비통 핸드백을 봤는데 흠집이 거의 없어 중고라는 티가 안 나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박준현 대하인터네셔널 이사는 “시계는 해당 브랜드의 해외 본사로 보내 폴리싱(연마 작업)을 한 뒤 공식 매장 제품처럼 겉면 보호용 시트로 감싸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신상품과 중고 제품을 잘 구분하지 못 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예물 시계로 인기 있는 까르띠에의 ‘발롱블루 드 까르띠에(36㎜)’는 정가보다 210만원 싼 450만원에 판매 중이다. 박 이사는 “유명 연예인들을 포함한 강남 토박이들은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에르메스의 켈리백 등을 사려고 온다”고 귀띔했다.

중국인 관광객(요우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나면서 방문객이 늘고 있다. 한 ‘큰손’ 요우커는 하루에 1억5000만원을 쓰고 가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캉카스는 9월 부산·대구, 11월 대전에 대형 중고명품 전문점을 열 예정이다.

고이비토도 중고명품족이 즐겨 찾는 곳이다. 서울 잠원동과 명동, 압구정, 일산, 부천 등에 점포가 있다. 고이비토 관계자는 “혼수용보다는 개인 소장용으로 많이 사간다”며 “에르메스도 있지만 중고 가격도 1000만원이 넘어 보통 핸드백은 샤넬, 루이비통, 구찌 등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