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이 위탁 운영하는 아랍에미리트 (UAE) 왕립병원. 서울대병원 제공
서울대병원이 위탁 운영하는 아랍에미리트 (UAE) 왕립병원. 서울대병원 제공
“서울대병원이나 세브란스병원 사람들이 어디 있죠?”

2일(현지시간) 밤 ‘한국·쿠웨이트 비즈니스 포럼’이 열린 쿠웨이트 바얀 왕궁. 양국 기업인 간 교류를 넓히기 위해 마련된 이 행사에서 쿠웨이트 측 참석자들은 한국 병원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앞서 같은 날 오전 쿠웨이트 리젠시호텔에서 개최된 의료보건 세미나에도 수백명의 쿠웨이트인이 몰렸다.

기선완 관동대 국제성모병원 기획실장은 “중동에서 한국 병원에 대한 평가가 좋은 만큼 정책적 뒷받침만 되면 의료업이 제2의 중동 신화 주역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통령 경제사절단에 서울대병원과 관동대 국제성모병원을 포함시킨 이유다. 투자설명회에 참석한 안강병원(척추관절 전문)의 이혜지 주임은 “한국에서 수술을 받고 간 쿠웨이트인들이 주변에 입소문을 내면서 한국 병원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러브콜을 받는 곳은 병원뿐만 아니었다. 의료기기 전문업체인 닥터서플라이는 사업을 같이 하자는 쿠웨이트 바이어가 많아 선별해 받아야 할 정도였다. 이 회사의 안승규 대표는 “운동량이 부족한 쿠웨이트인들의 특성상 허리보호대 같은 게 필요할 것이란 예상이 적중했다”고 설명했다. 2002년 설립된 닥터서플라이는 뼈나 관절 수술 후 혈액 순환을 돕는 기기를 개발해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아부다비 상공회의소 자료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 국민이 매년 해외 의료관광에 쓰는 금액은 2조2000억원이 넘는다. 사우디와 쿠웨이트, 카타르까지 합하면 중동 사람들이 1년에 해외에서 의료비로 쓰는 돈만 1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해당국 정부는 해외 의료비를 지원한다. 하지만 UAE 국민은 독일과 영국 등을 더 선호한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 외국인 진료 제도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UAE인들이 해외에서 사용한 의료비 중 한국 병원의 점유율은 0.7%가량에 그친다.

이런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한국 병원들도 중동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2011년 우리들병원이 가장 먼저 아부다비에 있는 무바달라 척추센터 위탁운영에 들어갔다. 2012년엔 보바스기념병원이 두바이보건청 산하 재활병원을 맡았고 서울대병원도 지난해 UAE 왕립병원인 라스알카이마 위탁사업자로 선정됐다. 지난해 서울성모병원은 UAE의 VPS헬스케어그룹과 아부다비, 두바이에 검진센터를 짓고 암센터를 설립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맺었다.

쿠웨이트=정인설/조미현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