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KB와 리딩뱅크 경쟁도 뒤쳐지지 말아야"

연임에 성공한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앞에는 풀어야 할 과제가 수북이 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법원 판결로 상반기 내 통합이 힘들어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합병을 재추진하는 것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외환은행의 수익성 하락 등으로 다른 금융그룹과의 경쟁에서 자꾸만 뒤처지는 것을 막고 리딩뱅크 도전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 "하나·외환 조기통합 '결자해지'해야"

하나금융 안팎에서는 김 회장이 안정적으로 연임에 성공한 가장 큰 배경으로 하나·외환은행 통합 과제를 꼽고 있다.

김 회장이 그동안 두 은행의 조기통합 작업을 진두 지휘해왔기 때문에 통합을 가장 잘 마무리지을 수 있는 적임자가 김 회장이라는 설명이다.

이른바 '결자해지(結者解之)론'이다.

실제로 하나·외환은행의 조기통합 논의는 김 회장이 지난해 7월 기자간담회에서 "이제 통합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운을 떼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그러나, 두 은행의 조기합병까지의 길은 첩첩산중이라고 할 수 있다.

당국이 원만한 노사 합의를 전제로 내걸고 있지만, 외환은행 노조는 조기통합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논의가 진척되지 않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환은행 노조가 조기 합병 절차를 중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일부 받아들이면서 합병 일정은 전면 중단됐다.

법원은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의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에도 5년간 하나은행과 합병하지 않고 독립법인으로 존속한다는 내용의 2012년 합의서를 근거로 이런 판단을 내렸다.

합의를 번복할 만한 사정 변경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두 은행의 조기합병 기일은 애초 올해 2월에서 3월로 미뤄졌다가 다시 4월로 연기됐는데, 이제는 예정 기일조차 잡지 못하는 상태가 됐다.

결국 악화일로에 빠진 노조와의 관계를 원만하게 회복하는 것만이 김 회장이 조기 합병을 성공시킬 수 있는 실마리라는 것이 금융권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김 회장이 다시 합병의 지휘권을 잡으면서, 지금까지 해온 대로 '강공' 일변도의 전략만을 내세워서는 외환은행 노조와의 조기합병 성사는 요원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인내심을 갖고 충분한 대화와 물밑 설득 작업을 통해 외환은행 직원들의 동의를 얻어내고 합병에 우호적인 그룹 안팎의 분위기를 끌어내야만, 조기 합병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외환은행 노조도 갈수록 명분이 약해지는 조기통합 반대 주장을 과감히 철회하고, 하나금융 사측과의 대화와 타협을 통해 노조원들에게 최선의 대안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하나·외환은행 조기 통합에 긍정적이었던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물러나고 임종룡 신임 위원장 내정자가 곧 취임하는 것도 합병에 적지 않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임종룡 신임 위원장의 의중과 생각에 따라 향후 합병 일정이나 노사 대화 진행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기합병 성패의 핵심 변수는 노사 간 대화의 진척에 달려 있을 것"이라며 "김 회장과 외환은행 노조 모두 그룹의 미래를 생각해 대화와 타협을 통한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꼴찌뱅크' 전락 우려…수익성 개선 서둘러야

김정태 회장의 또다른 과제는 하나금융그룹 전체의 수익성 개선이다.

신한금융, KB금융 등 다른 금융그룹들이 은행권 선두로 나서기 위한 '리딩뱅크'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하나금융은 '꼴찌뱅크'를 우려해야 할 정도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하나금융그룹의 순이익은 9천377억원으로 1조원에도 못 미쳤다.

경쟁그룹인 신한금융의 순이익이 2조원을 넘고 KB금융도 1조4천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한 것에 비하면 너무도 부끄러운 수준의 실적이다.

하나금융의 총자산은 392조원, 신한금융과 KB금융의 총자산은 각각 407조원, 405조원으로 세 그룹 모두 총자산 규모가 엇비슷하다.

총자산이 236조원에 불과한 기업은행이 지난해 1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하나금융의 '뒤처짐'은 더욱 두드러진다.

하나금융의 실적 악화는 외환은행 탓이 컸다.

지난해 하나은행의 순이익은 전년보다 21.2% 증가한 8천561억원인 반면, 외환은행은 17.8% 감소한 3천651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작년 3분기 말 외환은행의 직원 수가 7천440명으로 9천241명인 하나은행의 80%에 달한다는 점에 비춰보면 외환은행의 수익성 악화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김정태 회장이 최근 "외환은행의 규모에 비해 이익이 나지 않는 건 상당히 심각한 문제이며, 이대로는 곧 부산은행에 실적이 역전될 판"이라고 말한 것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외환은행의 직원 수는 부산은행의 2배가 넘고, 자산 규모는 부산은행의 3배에 달한다.

이러한 수익성 악화는 미국계 펀드인 론스타가 대주주이던 시절 외환은행에 대한 투자는 소홀히 한 채 고배당만을 챙기고, 직원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연봉 수준을 대폭 올려준 결과라는 것이 은행권의 분석이다.

결국, 외환은행과의 조기 합병이 기대한 대로 이뤄지지 않더라도, 외환은행 자체의 재정비를 서둘러 다른 시중은행과 경쟁할 수 있는 수익성과 생산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금융권에서 나오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금 이대로 간다면 하나금융은 리딩뱅크 경쟁에서 영원히 탈락할 수 있다"며 "조기합병 추진과는 별개로 그룹 차원의 전열 재정비와 수익성 제고 작업을 서둘러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이지헌 기자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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