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사 늘린 한국타이어 "글로벌 종합 부품사로 도약"
한국타이어가 세계 2위 자동차 공기조절장치업체인 한라비스테온공조 지분 19.49%를 인수하며 타이어를 넘어 자동차 부품 분야로 본격 사업확장에 나섰다. 지난해 지주회사 전환 후 첫 번째 기업 인수합병(M&A)으로, 글로벌 종합 부품사 도약을 향해 큰 발을 내디딘 것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서승화 한국타이어 부회장은 18일 “한국타이어와 한국비스테온공조가 각각 축적해 놓은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결합해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게 됐다”며 “완성차 업체들이 발전하는 데에도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한국타이어가 이번 지분 인수를 통해 고객을 빠르게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세계 타이어 시장점유율 3.5%로 7위인 한국타이어는 공조장치 업계 2위(점유율 13.1%)인 한라비스테온공조가 보유한 네트워크를 활용, 더 많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 접근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한라비스테온공조를 인수할 수도 있다. 인수 파트너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향후 지분을 매각할 때 한국타이어는 우선매수권을 갖기로 했다. 이를 행사해 한라비스테온공조를 인수하면 매출 12조원의 거대 종합부품사로 도약하게 된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타이어와 공조 부품은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격 협상력이 큰 제품”이라며 “향후 두 회사가 한 지붕 아래 들어가면 가격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타이어는 한라비스테온공조 지분인수에 참여하면서 세계 3위 자동차 부품회사인 독일 콘티넨탈을 참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콘티넨탈은 타이어 회사로 출발해 차체(섀시), 파워트레인 등으로 사업을 확장한 업체로 지난해 매출 333억유로를 올렸다. 한국타이어는 이번 한라비스테온공조 지분 참여 외에도 렌터카업계 1위인 KT렌탈 인수전에도 뛰어드는 등 신성장동력 찾기에 힘쓰고 있다.

다만 한라비스테온공조의 주요 매출처인 현대자동차그룹이 “한국타이어가 지분매입에 참여했다고 해도 인수 주체는 여전히 자동차 관련업체가 아닌 사모펀드”라며 이번 M&A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향후 사업 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지난 3분기 기준으로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와 한국타이어가 가진 현금성 자산이 1조원에 불과해 인수대금으로 쓰고 나면 한라비스테온공조의 지분을 추가 인수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전략적투자자(SI)로서의 지위에 머물고, 결국 경영권은 다른 투자자에게 넘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같은 유동성 문제로 현재 추진 중인 KT렌탈 인수작업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힘들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