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경고 그림' 빠진 담뱃값 인상
“담뱃값을 올려 얻을 수 있는 금연 효과는 ‘반짝’입니다. 흡연 경고그림이 함께 도입되지 않으면 이번 담뱃값 인상은 결국 세수 확보를 위한 것이었다는 비아냥만 받게 될 겁니다.”

최근 담뱃값 인상안을 담은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토로한 말이다. 담뱃값은 내년부터 오르지만 당초 개정안에 포함돼 있던 담뱃갑 흡연 경고그림이 여야 합의로 빠지면서 담뱃값 인상 명분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보통 담뱃값을 올리면 당장 2년간은 흡연율이 확 떨어진다. 하지만 경고그림 같은 비가격정책이 병행되지 않을 경우 낮아진 흡연율이 다시 상승하는 ‘요요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 담뱃값만 올라가고 경고그림이 도입되지 않으면 정부에 돌아오는 것은 금연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과 서민증세였다는 비난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2005년 담뱃값을 500원 올렸을 때도 그랬다. 국가건강검진 수검자료에서 한국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2004년 47.1%에서 2005년 43.9%로 1년 만에 3.2%포인트 떨어졌다. 인상 다음해인 2006년엔 42.3%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떨어졌던 흡연율이 1년 만에 2%포인트 다시 상승했다. 2009년엔 44.8%까지 더 올랐다. 복지부 관계자는 “담뱃값 인상 효과는 2년 정도로 단기적이라는 뜻”이라며 “담뱃값 인상 외에 다른 정책이 병행돼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여야 의원들은 경고그림은 내년도 예산과 상관없어 예산부수법안에서 ‘일단’ 제외한 것으로 아예 무산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른 시일 내에 다시 논의를 시작해 경고그림 도입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리겠다고 한다.

하지만 경고그림 도입 법안이 국회에서 표류한 지 벌써 수년째다. 복지부가 2007년 관련법을 정부 입법으로 발의한 후 여러 차례 입법화를 추진했지만 결실을 보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담배회사 로비 때문에 경고그림 국회 통과가 좌절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경고그림이 예산과 관계가 없어 제외한 것이라는 국회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만은 없는 이유다.

고은이 경제부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