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재계회의를 하루 앞둔 30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서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왼쪽)이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일본 게이단렌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한·일 재계회의를 하루 앞둔 30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서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왼쪽)이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일본 게이단렌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한국과 일본이 최근 들어 경제와 문화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을 늘리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와 독도 문제, 아베노믹스 등으로 외교관계가 경색된 한국과 일본이 내년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아 경제와 문화를 중심으로 관계 회복의 돌파구를 찾는 모습이다.

한·중·일 문화장관은 30일 문화스포츠 분야에서 서로 협력한다는 내용을 담은 ‘요코하마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한국과 일본은 지난해 열지 못했던 한·일 외교장관회의를 12월 중 도쿄에서 개최하기로 했으며 재무장관회의도 조만간 열 예정이다. 1일에는 일본 경제단체연합인 게이단렌의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을 면담한다. 박 대통령이 일본 경제단체의 수장과 공식 회담에 나서는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한·중·일 문화장관 회의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양즈진 중국 문화부 부부장(차관급), 시모무라 하쿠분 일본 문부과학상(장관)은 ‘요코하마 공동선언’을 통해 동아시아문화도시 교류, 예술가 교류와 양성, 문화시설·기관 교류, 정부 간 대화창구 다양화 등 문화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키로 했다. 내년 동아시아문화도시로 한국 청주, 중국 칭다오, 일본 니가타를 선정해 교류를 늘리기로 했다.
꼬인 韓·日관계, 경제·문화 협력으로 푼다
한국과 일본은 특히 양국 간 문화교류를 통해 상호 이해 확대와 관계 개선의 계기를 마련한다는 데 공감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과 2020 도쿄 올림픽을 발판삼아 양국 간 스포츠분야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한·일 오케스트라 협연 등 양국 문화교류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반출 문화재에 대해서도 협의했다. 2012년 10월 쓰시마 사찰과 신사에서 한국인이 고려불상 2개를 훔쳐 한국으로 반입한 데 대해 일본이 먼저 반환을 요청했다. 이에 김 장관은 “그 문제뿐만 아니라 일본 측이 한국에서 불법 반출해간 문화재도 논의해야 한다”며 “양국 공동의 협력기구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박 대통령,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 제안

한·일 재무장관회의도 2년 만에 재개된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월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참석차 워싱턴을 찾아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과 면담한 뒤 재무장관회의를 가능한 한 이른 시일 안에 일본 도쿄에서 열기로 했다.

한·일 재무장관회의는 2006년부터 매년 양국에서 번갈아가며 열렸으나 일본 신사참배와 독도 문제 등을 둘러싸고 한·일 관계가 경색되면서 2012년 이후로 중단됐다. 최 부총리는 면담 당시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한·일 관계도 위축된 상황”이라면서도 “정경 분리 입장에서 정치는 정치대로 풀어나가는 노력을 계속한다는 전제 아래 경제관계도 양국 간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은 협력해나가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 13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의 국제회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때 연설을 통해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를 전격 제안한 것을 계기로 분위기 변화가 감지됐다. 일본 정부는 “한·일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반색했다. 양국 정부는 지난 27일 제5차 한·일 국장급 협의를 열어 위안부 문제 등을 논의했다. 12월 말께 한·중·일 외교장관회의를 열어 3국 정상회담 시기와 의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승우/도병욱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