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가 주관하는 ‘청년상인 아카데미’ 현장교육에 참여한 청년상인들이 성남중앙시장의 핵 점포인 ‘강원반찬’ 매장에서 점주의 설명을 듣고 있다.    강창동 기자
신세계가 주관하는 ‘청년상인 아카데미’ 현장교육에 참여한 청년상인들이 성남중앙시장의 핵 점포인 ‘강원반찬’ 매장에서 점주의 설명을 듣고 있다. 강창동 기자
지난 12일 오전 경기 용인시 죽전역 인근 이마트 죽전점 매장. 문성후 점장을 둘러싼 30여명의 청년들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느라고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들은 신선식품 코너를 돌며 상품진열과 식품안전 노하우 등을 설명하는 문 점장의 설명을 듣고 질문을 쏟아냈다. 매장 광고물(POP) 문구는 하나도 빠짐없이 스마트폰에 담았다.

이마트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마친 청년상인들은 성남중앙시장으로 향했다. 상인회 사무실을 빈 틈 없이 메운 이들은 신근식 성남중앙시장 상인회 부회장의 강의에 귀를 쫑긋했다. “여러분이 앞으로 시장에서 가게를 차리면 대형마트 때문에 장사가 안 되느니 이런 얘기는 입 밖에 내서는 안 됩니다. 저출산, 고령화, 1인가구 급증으로 소비패턴이 확 변하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만 몰두하면 됩니다.” 이날 현장교육은 신세계그룹이 마련한 ‘청년상인 아카데미’ 프로그램의 하나였다. 33명의 참여자는 전통시장의 가업승계자나 창업자들로 채워졌다.

○전통시장에서 터 잡는 청년들

전통시장의 고령화는 바깥 사회보다 속도가 훨씬 빠르다. 전국 1500여개 전통시장에는 60, 70대가 넘쳐난다. 그러다 보니 공실점포는 해마다 늘고 있다. 이런 현상에 주목, 전통시장에 젊은 피를 수혈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통시장 지원기관인 소상공인진흥공단은 물론이고 유통 대기업들도 상생 차원에서 전통시장에서 창업하거나 가업을 이어받으려는 청년들을 돕는 운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전통시장에서 청년들이 삶의 터전을 잡고, 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키는 ‘귀상(歸商)운동’은 3년 전 전주남부시장에서 조직적으로 일어났다. 전주남부시장의 청년몰은 초기 12개에서 28개로 늘어났다. 청년몰 상인들은 쇠락해가던 전통시장의 구원투수 구실을 하고 있다. 주말에 벌이는 야시장과 파티는 전주 시민은 물론 한옥마을을 구경 온 다른 지역 관광객들이 반드시 들르는 필수코스가 됐다.

최근 전주남부시장 청년몰을 벤치마킹한 사례가 서울·수도권에서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서울 구로구가 주도한 ‘청년장사꾼’ 사업과 강화풍물시장 안에 문을 연 ‘청풍상회’가 대표적인 사례다. 구로구는 구로시장 내 16.5㎡ 이하 빈 점포 6곳에 들어갈 청년들을 모집, 내달부터 개업토록 했다. 구로구는 지난해부터 공무원, 상인회, 구로는예술대학 회원들로 이뤄진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전주남부시장 청년몰을 벤치마킹했다.

청년장사꾼으로 선정된 이인호 씨(27)는 ‘한국식 디저트 카페’ 개념의 매장을 내달 말 열 계획이다. 이씨는 “수제양갱, 유자차, 오디차 등 차별화된 메뉴 12가지를 준비 중”이라며 “500만원으로 창업할 수 있는 곳은 여기밖에 없다”고 말했다.

○청년상인 교육과정 밟는 게 유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신세계그룹은 최근 협약을 맺고 ‘청년상인 육성사업’에 발을 내디뎠다. 이달에는 ‘청년상인아카데미’ 과정을 시작했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에 있는 신세계인재개발원에서 전문가들의 강의를 듣고 현장학습도 병행하는 과정이 5일간 이뤄지고 있다.

이 과정에 참여한 청년들은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이보람 씨(28)는 남대문시장에서 의류가게를 하는 어머니의 가업을 이어받을 계획이다. 이씨는 “공연복을 주문판매하는 것과 함께 일반 블라우스와 치마도 도소매하는데, 이마트 매장을 견학하면서 스카프와 액세서리 같은 연관상품도 판매하면 되겠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가 한 평생을 바친 남대문시장의 상인이나 고객들이 노쇠해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청년들의 열정이 시장에 절실하다는 생각을 굳혔다”고 덧붙였다.

진해중앙시장에서 제수용 수산물전문점인 ‘지수수산’을 운영하는 이승훈 씨(27)도 청년상인 교육을 받은 가업승계자다. 이씨는 “이마트 매장에서 현장교육 받을 때, 수산물 코너를 유심히 살펴봤다”며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8시간 판매 후 철수한다는 POP를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