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도르트문트의 프라운호퍼물류연구소 관계자가 스마트팩토리에 들어갈 물류자동화시스템 개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도르트문트=김낙훈 기자
독일 도르트문트의 프라운호퍼물류연구소 관계자가 스마트팩토리에 들어갈 물류자동화시스템 개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도르트문트=김낙훈 기자
국가 연구개발(R&D) 사업화의 성공 모델로 꼽히는 곳은 독일의 프라운호퍼다. 프라운호퍼는 1949년 설립된 독일의 연구협회. 본부는 뮌헨에 있고 독일 전역에 67개 연구소가 있다. 연구원은 약 2만3000명이다. 이들은 철저히 응용기술연구와 기업과의 협력에 주력한다. 국가 출연연구소이지만 각각의 연구활동에 정부는 관여하지 않고 개별 연구소가 방향을 정한다.

[연구실에 갇힌 국가 R&D] 獨 프라운호퍼, 기술개발서 공장 양산까지 '원스톱서비스'
프라운호퍼의 특징은 세 가지다. 첫째, 비영리 정부 출연연구기관이지만 기업으로부터 과제를 따내 받는 돈이 전체 예산의 35%에 달한다. 7%대에 불과한 한국의 출연연에 비해 5배 높다. 그러다 보니 이들 연구소는 기업에서의 과제 수탁을 중시한다. 자연스레 개별 기업이 필요로 하는 연구에 집중하게 된다. ‘시장형 기술 연구’에 몰입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국내 중소기업 관계자는 “국내 국책연구소가 기업보다는 정부 눈치만 보고, 정부에 제출할 보고서 작성에만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정부가 이들 연구소의 목줄을 쥐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둘째, 개별 프라운호퍼는 각각의 주특기가 있고, 해당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을 축적해놓고 있다. 예컨대 아헨의 프라운호퍼ILT는 레이저가공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반도체 장비 등 정밀가공에 필요한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레이저가공 기술이라든지, 항공기 엔진처럼 복잡한 제품을 깎는 기술을 갖고 있다. 보쉬 지멘스 벤츠 BMW 등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기업이 이 연구소의 고객인 것도 이런 기술력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도르트문트의 프라운호퍼물류연구소는 물류 분야에서 실전경험과 노하우를 쌓아놓고 있다. 이 연구소는 ‘스마트팩토리’ 구현을 위해 필수적인 물류 분야의 자동화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런 프로젝트 역시 관련 업체와 협력을 토대로 이뤄진다. 드레스덴의 프라운호퍼IKTS(세라믹연구소)는 세라믹 분야에 권위 있는 연구소다.

셋째, 단순한 기술개발뿐 아니라 이를 공장에서 대량생산할 수 있도록 ‘원스톱 서비스’를 해준다. 이를 랩투팹(lab to fab)이라고 한다. 프로토 타입뿐 아니라 실제 생산은 물론 대량생산 기술까지 이전해주는 것이다. 프라운호퍼IKTS의 미하일 진스 부소장(공학박사)은 “중소기업을 위한 ‘원스톱 숍(one stop shop)’을 지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에 관한 모든 것을 지원한다는 의미다. 그러다 보니 중소기업의 R&D가 훨씬 수월해지는 것은 물론이다.

국내 중소기업 관계자는 “산·연 협력을 해도 구체적인 성과 없이 실제적으론 기업 스스로 모든 것을 개발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프라운호퍼처럼 확실한 기술과 경험, 서비스 정신을 갖춘 연구체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