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지난 5일 ‘글로벌 인재포럼 2014’에서 한국경제신문·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지난 5일 ‘글로벌 인재포럼 2014’에서 한국경제신문·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전 세계 사람들이 한국의 성공 스토리를 알고 있다. 이제 한국은 빈곤 퇴치, 에볼라 위기 등 지구적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지난 5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인재포럼 2014’ 한국경제신문·월스트리트저널 공동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인터뷰는 월스트리트저널과 모회사인 다우존스사가 3년째 미디어 파트너로 참여하면서 이뤄졌다.

김 총재는 “삼성, 현대, LG, 기아 등 한국 대기업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며 “한국이 부유한 나라가 된 만큼 공여국으로서 많은 책임감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은행이 일종의 ‘전염병 펀드(pandemic fund)’를 만들어 제약회사가 희귀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경제 문제가 생기면 국제통화기금(IMF)이 즉각 개입하듯 파급력이 큰 질병 문제가 생기면 세계은행이 주체가 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성공 사례 세계에 퍼뜨려야

김 총재는 한국이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공여국으로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이 세계의 지도자 역할을 하길 바라는 국가가 늘고 있다”며 “한국 제품을 전 세계적으로 팔고 싶다면 전 세계에 기여해야 한다는 의무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활동을 긍정적인 사례로 들었다. KOICA는 여러 기관·기업과 협력해 개발도상국에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는 단체다. 그는 “한국이 많은 인력을 해외로 보내 구호활동에 기여하고 있다”며 “한국의 교육제도는 다른 나라의 교육체계를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펀드 마련해 신약 개발 유인

김 총재는 세계은행이 당면한 최대 현안으로 에볼라 바이러스 위기를 꼽았다. 1년 전 처음 발병했을 때 조기에 대처했다면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는 하나의 질환이 아니라 세계와 세계 경제가 예측하지 못한 리스크”라며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앞으로 세계 경제에 위협을 가하는 것을 막을 수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계은행이 이를 위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총재는 “에볼라 사태 때는 금융부문과 세계보건 담당자들 사이에 의사소통이 잘되지 않았다”며 “(세계은행은) 보건부문을 알고 있는 데다 금융 분야에 몸담고 있기 때문에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국들이 기금을 만들어 즉각적으로 경제적·기술적 지원을 하자는 얘기다. 지금은 이런 체계가 없어 개별 정부가 국회 승인을 받아 자금 지출과 인력 파견을 결정하는 데 시간이 걸려 즉각적인 대응이 어렵다.

그는 “경제 문제가 생기면 IMF가 바로 개입해 지급 문제를 해결하는 체계가 마련돼 있다”며 “하지만 질병은 아직 그런 주체가 없는데, 세계은행이 해보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일종의 ‘전염병 펀드’를 마련하자는 제안이다. 서남아프리카 지역 위주로 발병한 에볼라는 감염자가 대부분 가난해 구매력이 없기 때문에 제약회사가 신약을 개발하더라도 시장성이 없다. 김 총재는 “살아남기 위해 이윤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약을 만들지 않는다고) 제약회사에 모든 책임을 떠넘길 수는 없다”며 “전염병 펀드를 만들어 제약회사들이 에볼라 바이러스 같은 희귀병 치료 약을 개발할 유인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