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前 이주한 지역 상인들
의무휴업·상생기금 등 요구
홈플러스, 결국 개점 미뤄
중소 상인들의 반발로 대형마트의 세종시 출점에 제동이 걸렸다.

홈플러스는 6일 문을 열 예정이었던 세종신도시점 개점을 연기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중소 상인들의 단체인 세종시서남부슈퍼마켓사업협동조합과 사업조정을 진행했으나, 합의를 이루지 못해 개점을 미루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합은 홈플러스가 입점하면 지역 중소 상인들이 생존에 위협을 받는다며 지난 9월 중소기업청에 사업조정을 신청했다. 홈플러스 세종신도시점이 주변 식당을 상대로 식자재를 판매하지 않고 일요일엔 영업하지 않도록 해 달라는 것 등이 조합 측의 요구사항이다. 조합은 또 ‘상생발전기금’ 명목으로 홈플러스에 금전적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중기청은 조합 측의 신청을 받아들여 지난달 30일 홈플러스 세종신도시점에 대해 사업개시 일시정지 권고를 내렸다. 이 권고는 홈플러스와 조합이 출점 조건과 보상금 등에 대해 합의할 때까지 효력을 갖는다. 양측은 그간 세 차례 조정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지난 5일 예정됐던 4차 조정 회의는 조합 측이 불참해 성사되지 못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조합 측과 사업조정 협상을 계속 진행해 이른 시간 안에 개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업계에선 중소 상인들의 요구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도시의 특성상 대형마트가 새로 생겨도 지역 중소 상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세종시 내에는 전통시장이 없다. 홈플러스 세종신도시점 예정지에서 가장 가까운 전통시장은 12㎞ 떨어져 있다.

이번에 사업조정을 신청한 조합 회원들은 외지에서 세종시로 이주해 지난해부터 영업을 하고 있는 상인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보상금을 노리고 대형마트 출점이 예정된 곳에 들어와 장사를 시작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마트도 중소 상인의 반발에 가로막혀 세종시 출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마트는 이르면 12월 중 세종시에 점포를 내기로 하고 지역 전통시장 상인연합회와 협의 중이다. 하나로마트도 내년 5~6월을 목표로 세종시 출점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세종시에는 대형마트가 한 곳도 없다. 정부 부처 공무원들이 주로 거주하는 세종시 첫마을에서 대형마트를 이용하려면 24㎞ 떨어진 홈플러스 조치원점까지 가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10㎞ 이상 떨어져 같은 상권이라고 보기 어려운 지역의 상인들이 대형마트 출점에 반대하고 있다”며 “대형마트 개점이 늦어지면 세종 시민들의 불편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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