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경쟁은 피할 수 없다. ‘어떤 상품이 잘 팔린다’는 소문이 돌면 곧바로 후발 추격자들이 빠르게 몰려드는 게 시장의 생리다. 선발주자냐, 후발주자냐의 구분은 금세 없어진다. 결국 치열한 경쟁에서 어떤 기업이 살아남느냐는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제습기 시장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내 제습기 시장의 최강자는 삼성전자나 LG전자가 아니다. ‘위닉스’라는 중견기업이다. 위닉스는 2011년 이후 3년 연속 국내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고, 지금도 50% 안팎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2012년 제습기 판매량이 늘면서 삼성전자 LG전자 위니아만도 등 이른바 ‘큰 기업’들이 시장에 새로 진입했지만, 위닉스는 여전히 1등이다. 위닉스의 성공 비결은 ‘남들과 차별화된 기술’에 있다. 1973년 문을 연 위닉스는 원래 냉장고와 에어컨에 들어가는 ‘열(熱) 교환기’를 만들던 회사다. 그러다 열 교환기를 이용해 습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제습기 사업에 뛰어들었다. 20년 넘게 열 교환기를 만들면서 쌓은 노하우 덕분에 위닉스 제습기는 습도조절 성능 면에서 경쟁사 제품보다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시장도 마찬가지. ATM은 미국 벤처기업 도큐텔이 1967년에 최초로 개발했다. 그러나 도큐텔은 이 기기를 금고사업자에게만 판매했다. 반면 도큐텔보다 10년 늦게 ATM 기기사업에 진출한 미국 NCR은 ‘ATM 최대 고객은 은행’이란 생각으로 업계 판도를 바꿔버렸다. 그 결과 도큐텔은 ‘사라진 회사’가 됐고 NCR은 세계 최대 ATM 기기 회사가 됐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