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터키 대사 아르슬란 하칸 옥찰

닮은꼴의 나라, 터키와 한국…빵에 싸먹는 케밥, 한국식 쌈과 비슷
'이스탄불 인 경주' 행사 성공 계기로 문화적 공감 있는 지역 교류 확대해야

경제 한류도 확산 기대…稅감면·토지 무상임대 등 혜택 다양
유럽과 가까워 글로벌기업 모여들어…"한국기업의 터키 진출은 윈윈 전략"
아르슬란 하칸 옥찰 주한 터키대사(오른쪽)와 부인 피나르 옥찰 여사가 터키 전통음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아르슬란 하칸 옥찰 주한 터키대사(오른쪽)와 부인 피나르 옥찰 여사가 터키 전통음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레스토랑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기하학적 무늬의 터키 전통 타일과 자수가 새겨진 쿠션, 물담배 파이프 등이 벽 쪽 장식대에 놓여 이국적 향취를 내고 있었다. 안쪽에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로 붐볐다. 해외여행 중 현지 식당에 들어온 느낌이랄까. 한발 먼저 도착한 아르슬란 하칸 옥찰 주한 터키대사와 그의 아내 피나르 옥찰 여사가 환하게 웃으며 기자 일행을 맞이했다. 옥찰 대사는 “이곳은 터키 음식뿐 아니라 터키 분위기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라며 자리를 권했다.

대사 부부를 만난 곳은 서울 서초동 강남역 근처에 있는 터키 레스토랑 ‘파샤’. 옥찰 대사는 “터키 음식에 대해선 나보다 훨씬 전문가여서 터키의 식(食)문화 등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아내를 소개했다.

◆형제의 나라 한국, 꼭 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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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부임한 옥찰 대사는 30여년을 직업 외교관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아시아 국가에서 일하는 것은 한국이 처음이라고 했다. “터키에서 한국은 ‘형제의 나라’로 통합니다. 꼭 가보고 싶은 나라 중 하나로 꼽히죠.” 터키는 6·25전쟁 때 약 1만5000명을 파병, 한국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

“한국에 와보니 기대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친절하고, 특히 한국 음식은 터키 음식과 비슷한 점이 많아요. 고기를 먹더라도 신선한 채소를 곁들이고, 해산물을 좋아하는 것 등이 닮았습니다.”

옥찰 대사 부부는 주말에 시간이 나면 경주, 부산, 인천 등 한국 이곳저곳을 다닌다고 했다. 가장 좋았던 곳으로 꼽은 도시는 부산. 부부 모두 이스탄불 출신으로 바다를 보며 자라 부산 바다가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두 가지 붉은 콩을 섞어서 만든 메르지멕 초르바(붉은 콩 수프)가 나왔다. 콩과 각종 채소, 향신료를 섞어 만든 매콤한 맛이 특징이었다. 옥찰 대사는 터키 전통 요리법을 따르면서도 한국인이 좋아하는 매운 맛을 추가한 메뉴인 것 같다고 했다. 음식 얘기가 나오자 부인이 말을 받았다. “터키는 오스만 제국 시기에 수백년간 동서양 문화가 섞여 다양한 요리가 발달했습니다. 지중해 근처에서 나는 신선한 해산물과 채소 등 식재료가 풍부한 것도 영향을 줬죠. 이 때문에 터키 음식은 중국, 프랑스 음식과 함께 세계 3대 음식으로 꼽힙니다.”

부인은 대사관저에 조리사가 있긴 하지만 음식을 직접 만드는 때가 많다고 했다. “터키 요리에 필요한 재료는 한국에서 거의 다 구할 수 있어요. 꼭 필요한 양념은 터키에서 가져 왔죠. 하지만 재료 자체의 맛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많이 쓰지는 않아요.”

그 사이 아이란이 나왔다. 아이란은 터키의 대중적인 요구르트 음료로 주로 식사 때 함께 마신다고 했다. 요구르트와 물을 섞은 후 소금을 약간 넣은 것으로 목넘김이 좋았다. 옥찰 여사는 요구르트도 직접 만든다고 했다. 큰 통에 우유를 넣고 요구르트를 약간 넣어서 실온에 5~6시간만 보관하면 돼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도 터키에 대한 관심 늘었으면

옥찰 대사는 터키 사람들이 한류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주한 대사가 한류 스타들도 터키에 안 보내고 뭘 하고 있느냐는 젊은이들의 항의 메일을 꽤 받았습니다. 한국에 갔으면 빅뱅이나 소녀시대 같은 한류 스타들을 터키로 보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거죠.”

그는 한국과 터키가 더 강력한 협력 관계를 맺는 데 문화는 중요한 교량이라며 한류 덕분에 한국이 터키에서 많이 알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옥찰 대사는 “요즘 터키인들은 일본인과 한국인이 있을 때, 중국인과 한국인이 있을 때 한국인을 구분해 알아 볼 수 있을 정도”라고 했다.

옥찰 대사는 한국인들도 터키 문화에 관심을 가져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터키는 지리적으로 발칸반도, 아프리카, 중동에 둘러싸여 있는데 주변 국가들에서 터키 영화 등이 꽤 인기가 있다”고 소개했다. “누리 빌게 제일란 감독의 ‘윈터 슬립’이란 영화가 올해 칸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습니다. 터키 영화의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거죠.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도 ‘터키 영화 특별기획전’을 마련했습니다. 한국인들이 터키 영화와 문화를 좀 더 이해하고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난해 처음 터키 이스탄불에서 개최한 ‘이스탄불-경주 세계문화 엑스포’도 올해는 ‘이스탄불 인 경주’라는 이름으로 행사 규모를 키워 지난달 경북 경주에서 열렸다. 옥찰 대사는 “두 도시 간 교류뿐 아니라 한국과 터키의 다른 지역 간 교류도 확대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소고기 양고기 닭고기 생선 등 갖가지 재료로 만든 케밥이 나오자 옥찰 대사는 함께 나온 라와시를 뜯어 상추쌈처럼 싸먹으라고 권했다. 라와시는 터키의 전통빵으로 밀가루와 옥수수가루를 반죽해 계란을 살짝 바른 후 깨를 뿌려 화덕에 1~2분 정도 굽는다. ‘공갈빵’처럼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모양이 특징이다. 바닥은 바삭하고 위는 쫄깃했다.

◆터키는 유럽 시장 공략에 최적의 장소

한국과 터키의 교역량은 지난해 기준으로 67억6000만달러다. 한국의 터키 수출액은 60억6000만달러, 수입액은 7억달러다. 터키의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53억6000만달러에 달한다. 무역적자가 큰 것에 고민이 없느냐고 묻자 옥찰 대사는 “오히려 좋은 것”이라고 답했다. 터키의 무역적자는 대부분 현지 한국 공장의 부품 수입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 기업의 터키 진출은 서로 ‘윈-윈(win-win)’하는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터키 이즈미트의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생산한 자동차는 대부분 유럽으로 수출됩니다. 터키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되죠. 현대차는 유럽 시장을 공략할 거점으로 이 공장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현대차뿐이 아니에요. 도요타, 르노, 피아트 등 다른 자동차 회사들도 터키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터키로 모여드는 이유를 묻자 “터키에 공장을 세우는 것에 장점이 많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세금 감면, 토지 무상 임대, 금융 지원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고 있습니다. 서부에 비해 발전이 더딘 동부 지역에서는 더 많은 혜택을 줍니다. 낮은 임금에 교육을 잘 받은 노동력이 풍부하고 정치가 안정적입니다. 여러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고, 삼면이 바다라 물류가 편리한 것도 장점이죠.”

화제가 정치 문제로 옮겨갔다. 미국이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에 대한 공습을 시작하면서 터키 국경을 넘는 난민이 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물었다. 그는 지금의 상황을 ‘제2의 걸프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1991년 걸프전 당시 미국이 이라크를 완전히 파괴하고 새로운 시아파 정권을 세웠는데, 이때 밀려난 수니파 등이 극단주의 세력에 합류하면서 지금의 문제가 생겼다는 설명이었다.

“터키의 가장 큰 목표는 IS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터키 정부가 시리아 국경을 넘어오는 난민을 보호하고 지원하고는 있지만 상황을 안정시켜 영구적으로 되돌려보내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터키는 IS 공습에 병참·수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원하고 있습니다.”

옥찰 대사는 주변국 상황은 어수선하지만 “터키는 안전한 나라”라고 강조했다. “터키 영토는 한반도의 3배가 넘습니다. 일부 국경지역 근처에서 문제가 있어도 관광지 등에는 전혀 영향이 없어요. 걱정 말고 터키에 여행 가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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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찰 대사의 단골집 파샤 현지인 셰프가 만든 정통 케밥…이국적 분위기 물씬

서울 서초동 세계빌딩 4층에 있는 파샤는 터키인 셰프들이 만든 정통 케밥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이다. 실내 분위기도 터키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파샤라는 간판은 ‘터키의 아버지’로 존경받는 초대 대통령 케말 파샤(Kemal Pasha)의 이름에서 따왔다. 파샤는 터키어로 ‘장군’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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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2월 문을 연 파샤는 현재 강남역 본점과 이태원 직영점 등 총 다섯 개 매장이 있다. 본점과 직영점은 창업주의 아들인 알리 카라괴슬루가 운영하고 있다. 카라괴슬루 대표는 한국말이 유창하다.

파샤의 메뉴 중에는 수프, 계절 샐러드, 터키빵, 모둠 케밥, 과일 요구르트 등을 제공하는 ‘파샤 스페셜’이 가장 유명하다. 소고기 양고기 닭고기 생선 등으로 만든 8~9가지 케밥을 골고루 맛볼 수 있다. 가격은 2인분 8만5000원, 3인분 11만원, 4인분 13만원.

터키식 피자로 얇은 도우 위에 해산물, 계란, 고기, 치즈 등을 올려 화덕에 구운 피데도 인기 메뉴다. 치즈를 넣지 않고 얇은 빵 위에 소고기나 양고기를 갈아 올린 ‘라흐마준’이 가장 유명하다. 가격은 2만1000원. (02)593-8484

유네스코에 등재된 터키식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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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찰 대사는 터키의 커피 문화는 지난해 12월 한국의 김장 문화와 함께 유네스코에 등재될 정도로 유명하다고 설명했다. 터키식 커피는 원두 가루를 여과하지 않고 그대로 물과 함께 끓여 마신다. 잔에 커피 가루가 그대로 있기 때문에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마셔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커피 제조법이라고 한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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