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50주년 경제 대도약 - 5만달러 시대 열자] 左편향 교육…포퓰리즘…갈수록 기업하기 힘들어지는 대한민국
한국 사회에서 기업 평가는 ‘양면적’이다. 지난 반세기에 걸쳐 기업들이 한국 경제 성장에 기여했음에도 기업을 바라보는 여론은 차갑다. 자녀들이 대기업에 취업하기를 바라면서도 기업에 대한 국민 호감도는 50%를 갓 넘는 정도다. 본지가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공동으로 실시한 대국민 시장경제 인식도 조사에서도 이런 경향은 뚜렷했다. 60.4%의 국민이 ‘기업가정신이 경제 성장을 주도했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기업을 ‘양극화의 주범’ ‘정부 관리·감독을 받아야 할 대상’으로 여겼다.

◆왜곡된 국민의 기업 인식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가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 기업과 관련한 문항은 6개였다. 이 가운데 긍정적인 답변이 나온 건 기업가정신에 관한 문항 1개에 불과했다. 60.4%의 국민이 ‘기업가정신이 한국의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다’는 의견(10.1%)보다 훨씬 많았다.

그러나 대다수 질문에서 기업에 대한 국민 인식은 부정 일색이다. 기업 역할과 순기능을 인정하기보다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국민이 많았다는 얘기다. ‘기업 경영목적은 이윤의 사회환원에 있다’(59.5%), ‘소득 양극화의 원인은 경제적 부(富)가 대기업에 편중되기 때문이다’(74.9%), ‘대기업의 경영실패는 국가 경제에 큰 피해를 주므로 정부 감독을 더 많이 받아야 한다’(65%) 등에서 이런 인식은 뚜렷했다. ‘복지 재원을 부자·대기업 증세를 통해 확보해야 한다’는 데 대해 70.2%가 동의한 것도 반기업 정서의 연장선이다.

◆위축되는 기업들

반기업 정서 확산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초·중·고등학생 대상 경제교육부터가 기업에 대한 편향된 인식을 심어준다. 본지가 연초 국내 검정 경제교과서 4종을 분석한 결과 국내 4개 검정교과서가 소개하는 국내 기업인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한 명뿐이었다. 미국 경제교과서가 13명의 기업인을 소개한 것과 대조적이다.

2012년부터 시작된 경제민주화 바람도 기업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키운 요인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일감 몰아주기 과세 등 지난해 국회에서 통과된 경제민주화 입법 대다수가 기업과 기업인을 ‘악(惡)한 존재’로 보고 나온 것들”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분위기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면 기업인에 대한 가석방도 검토할 수 있다’는 발언이 나오자, 야당은 ‘특혜’라고 강력 반발했다. 한 시민단체는 최 부총리와 황 장관을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하기까지 했다.

하태형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시대가 바뀌었는데도 과거 정경유착 때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을 갖고 재단해선 안 된다”며 “기업에 과도한 책임을 묻는 사회적 분위기를 바꿀 때”라고 지적했다.

◆기업인 기 살리는 게 경제 대도약 열쇠

포퓰리즘과 반기업 정서는 경기 침체와 관련이 깊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현대경제연구원이 매년 발표하는 기업호감도지수(CFI)는 작년 하반기 51.1%에서 올 상반기 47.1%로 하락했다. 작년 4분기 0.9%였던 경제성장률은 올해 2분기 0.5%로 하락했다. 2010년 하반기 51.5%였던 기업호감도는 2011년 상반기 50.8%로 추락했다. 이 기간 경제성장률은 1%에서 0.7%로 떨어졌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거시경제부문장은 “고용 상황이 좋지 않고 취직도 안 되는 등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릴 땐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는 포퓰리즘이 작용할 여지가 커진다”고 말했다.

결국 경제 대도약의 핵심은 반기업 정서 해결에 있다. 1억달러에 불과했던 한국 의 수출 규모가 50년 만에 5600억달러로 늘고, 반도체와 조선 등에서 세계 1등에 올랐던 성공을 잇기 위해선 기업가들이 신바람나게 일할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이태명/마지혜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