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런다운'에 걸린 사람들 - 앉아서 枯死한다
"가게 접자니 빚이 발목"

오전7시~밤12시 휴일도 없는 상도동 제과점 月수입 69만원
"적자 안보는 게 위안"…재료비·월세 내면 남는게 없어
비용 줄이려 종업원 내보내 "실속 없지만 투자금 때문에…"
[침몰하는 자영업, 탈출구를 찾아라] 인건비만 건지는 '무늬만 사장' 수백만명

서울 상도동에서 8년째 덴마크제과점을 운영 중인 임형회 씨(56·사진). 지난달 11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도 달랑 69만원만 손에 쥐었다고 한다. 전체 매출에서 재료비 500만원, 임차료 및 기타 관리비 230만원, 아르바이트 월급 총 180만원, 전기요금 100만원을 빼고 남은 돈이다. 매달 내는 도시가스 6만원, 화재보험 10만원, 세무기장료 5만원도 고정비용이다.

“너무 고생스럽다”

임씨가 2006년 처음 문을 열었을 때에는 제과·제빵 기술자 3명을 따로 뒀다. 월 매출이 3000만원에 이르던 시절이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경기가 급격히 가라앉으면서 시련이 시작됐다. 결국 3명을 다 내보내고 본인이 직접 빵과 과자를 굽기 시작했다.

3년 전에는 건너편 건물에 프랜차이즈 빵집이 들어서면서 매출은 3분의 1로 곤두박질쳤다. 임씨는 하루종일 개미처럼 일한다. 오전 7시에 출근해 밤 12시에 문을 닫는다. 휴일도 없다. 그래서 더 서글프다고 한다. “이 나이에 남 밑에서 일하고 싶지는 않아요. 적자 안보는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죠.”
22일 서울 용문시장의 한 빵집에서 주인이 빵을 진열하고 있다. 자영업 폭주와 프랜차이즈 빵집의 범람 속에서 이 많은 빵이 제때 임자를 만날 수 있을까.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22일 서울 용문시장의 한 빵집에서 주인이 빵을 진열하고 있다. 자영업 폭주와 프랜차이즈 빵집의 범람 속에서 이 많은 빵이 제때 임자를 만날 수 있을까.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임씨처럼 자신의 인건비 정도만 간신히 버는 자영업자는 수백만명에 이른다. 사업을 접자니 마땅히 할 일이 없고 계속 하자니 실속도 없이 너무 고생스러운 현실이다. 권리금이나 인테리어 등에 쓴 투자금을 떠올리면 그만두기도 힘들다. 대출을 받았다면 그야말로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된다.

[침몰하는 자영업, 탈출구를 찾아라] 인건비만 건지는 '무늬만 사장' 수백만명

이렇다 보니 고육지책으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종업원들을 내보내는 곳이 부지기수다. 임차료 재료비 등은 손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체 평균 종업원 수는 0.88명으로, 2007년 1.05명보다 0.17명 감소했다. 반면 혼자 사업을 꾸리는 사람들의 비율은 같은 기간 늘어났다. 지난해 1인 사업장은 전체 사업장의 48.2%를 차지했다. 2007년보다 3.9%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서울 중림동에서 청국장 전문점을 하는 A씨(60)는 부인과 함께 일하고 있다. 한 달에 버는 돈은 900만원 남짓. 종업원 인건비, 재료비 등을 빼고 나면 남는 돈은 200만원 정도다. 부부 두 사람이 100만원씩 벌고 있는 것이다. A씨는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식당들이 들어서는 것을 보면 이 정도라도 버는 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사정이 나을까. 한 요식 프랜차이즈 지점을 운영하는 B씨는 월 매출 8000만원을 올리고 있지만 속은 그다지 편하지 않다. B씨는 지인 두 명과 함께 4억여원의 돈을 모아 프랜차이즈 초기 비용을 마련했다.

하지만 매달 2000만원이 넘는 인건비, 월세 1000만원, 재료비 3000만원, 관리비 등을 빼고 나면 700만원 정도의 이익밖에 남지 않았다. 그나마 이 돈은 지인 두명과 나눠 가진다. B씨는 “많은 돈을 쏟아부었는데도 고작 인건비만 건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야구경기로 치면 자신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런다운(rundown)’에 걸린 것과 같은 처지라고 말했다.

“업종 변경도 소용 없어”

서울 구로시장에서 30년째 이불·한복집을 운영하는 ㅊ씨는 “이달에는 이불 한 채도 못 팔았지만 매일 문을 열 수밖에 없다”며 “놀아도 가게에서 놀아야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대안을 찾더라도 또다시 자영업을 택하는 사람도 많다. 서울 문정동에서 감자탕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D씨는 세 번째 업종 변경을 고민하고 있다. 그는 7년 전 같은 자리에서 소고기 전문 식당을 차렸지만 2년 만에 ‘광우병 파동’이 터지면서 치명적 타격을 입었다. 결국 살던 집을 담보로 4000만원의 대출을 받아 인테리어를 바꾸고 프랜차이즈 감자탕집을 차렸다. D씨는 “지금은 한 달에 1500만원 정도 벌지만 가스·전기·수도 등 관리비 300만원, 인건비 800만원, 재료비, 세금 등을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며 “원가가 싼 치킨 호프집으로 업종을 바꿀지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조미현/고은이/심성미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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