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홍역을 치른 국제금융 시장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구조화 상품에 다시 뭉칫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미 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SIFMA)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글로벌 부채담보부증권(CDO) 발행 규모는 650억달러다. 연말까지 100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2007년 이후 최대다.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은 미국에서만 상반기에 632억달러가 발행됐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50% 늘어난 것이다. 주택담보채권(MBS)에도 돈이 몰리긴 마찬가지다. 관련 업계에서는 구조화 상품 발행 규모가 금융위기 후 처음으로 조만간 200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경제는 아직도 충격에서 못 벗어나고 있는데 금융시장만은 위기 전으로 돌아간 듯한 모습이다. 직접 원인은 과잉 유동성에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양적완화와 초저금리 정책으로 시장에 돈은 넘쳐나는데 마땅한 투자처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도드-프랭크법이 사실상 무력화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파생상품과 구조화 상품 등의 규제를 내용으로 한 이 법은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한 지 4년이 지났지만 하부 법령 제정 미비로 유명무실한 상태다.

문제는 초저금리 상태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최근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경제의 장기침체론이 대두되면서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설도 잠잠해지고 있다.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연 2% 초반대, 독일 국채금리가 연 1% 아래로 내려가는 등 주요국 국채금리도 연쇄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저금리가 장기화될 경우 고위험 고수익을 특징으로 하는 구조화 상품에는 더 많은 돈이 몰릴 수밖에 없다. 골드만삭스가 내달 발행 예정인 새로운 구조화채권 수요조사에 13억3500만달러가 몰렸다고 한다.

세계 경기회복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유럽은 제로성장이요, 일본도 소비세 인상 파장이 여전하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시장만 다시 버블을 키우는 중이다. 한국도 어느 면에서는 비슷하다. 주가는 상승세지만 기업실적은 악화일로다. 또 다른 위기가 다가오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