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의정부시 녹양동에 있는 ‘본초불닭발’의 점포 입지는 이른바 C급 상권이다. 배후에 있는 상주 인구는 아파트 2000가구가 전부다. 그럼에도 이 점포는 손님이 넘친다. 비록 골목상권에 있는 33㎡(약 10평)짜리 소형 점포지만 한 달 평균 매출 2100만원, 순이익 700만원을 올리고 있다. 골목상권의 A급 점포인 셈이다. 이 점포를 운영하는 이순희 사장(35)은 10여년간 직장생활을 하다 내 사업을 하자는 생각에 외식업에 발을 내디뎠다.

“막상 외식업을 시작하려고 하니 음식 솜씨도 없고, 창업자금도 부족해 고민이 많이 되더군요.”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상권에 점포를 구하기 힘들고, 요리학원에 다닌다고 해도 맛있는 메뉴를 개발하기는 힘들 것 같았다. 맛보다는 오히려 매장 콘셉트로 승부하는 게 유리할 것 같았다. 발품을 팔아 전문가들에게 물어보고 정보를 모으다 매운맛 음식점이 불황 때 장사가 잘된다는 말을 듣고 불닭발전문점을 선택했다. 이 사장은 점포임차비를 포함해 총 4000만원으로 닭발전문점을 창업했다. 이 사장이 운영하는 ‘본초불닭발’은 직화로 구워내는 매콤한 맛이 특징이다.
‘본초불닭발’ 의정부 녹양점에서 손님들이 매운 닭발을 즐기고 있다. /본초불닭발 제공
‘본초불닭발’ 의정부 녹양점에서 손님들이 매운 닭발을 즐기고 있다. /본초불닭발 제공
○매운 맛의 다양한 효과

우리의 혀가 느끼는 미각은 달고 시고 쓰고 짠맛이다. 매운 맛은 통증을 느끼는 ‘통각’에 속한다. 매운 음식을 먹으면 통증을 느끼고 인체는 이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자연 진통제인 엔도르핀을 분비하게 된다. 이로 인해 우울함과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해소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반복적으로 자극적인 매운 음식을 찾는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매운 음식을 먹으면 혈액순환이 촉진돼 땀이 나게 되고, 이로 인해 체온이 떨어지는 효과도 얻는다. 매운 맛을 내는 캡사이신은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

최근 몇 년간 사회경제적 스트레스 지수가 상승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주는 매운 맛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2002년 불닭이 첫 등장한 이후 2004년까지 불닭 브랜드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다 갑자기 사라진 이후 10년 만에 다시 매운 맛 트렌드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매운 맛의 인기를 입증하듯 식품유통업계에서도 비슷한 콘셉트의 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팔도 ‘틈새라면빨계떡’, 농심 ‘진짜진짜’, 오뚜기 ‘열라면’, 삼양 ‘불닭발볶음’, 세븐일레븐 ‘화끈불닭버거’ 등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외식업계의 매운 맛 열풍

외식업계도 뜨겁고 매운 음식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원할머니보쌈족발’은 최근 담백한 보쌈고기와 매콤한 매운 맛 보쌈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반반보쌈’을 내놓았다. 대구 동인동의 갈비찜거리는 ‘매운갈비찜’으로 유명하다. 빨간 고춧가루와 알싸한 마늘 양념이 어우러져 혀가 얼얼할 정도로 매운 맛이 특징이다. 매운 카레전문점 ‘아비꼬’는 5~10단계의 매운 맛을 고를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매운 맛으로 먹는 음식 중 떡볶이를 빼놓을 수 없다. ‘동대문엽기떡볶이&불닭발’ ‘죠스떡볶이’ 등 서민이 주로 즐기는 닭발, 족발, 분식 등에서 매운 맛 메뉴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매운 등갈비에 치즈를 말아서 먹는 등갈비전문점 ‘홍벽돌’은 젊은이에게 인기다. 홍벽돌의 치즈등갈비는 연탄불로 등갈비를 구워내기 때문에 향이 좋고, 연탄불 특유의 맛이 등갈비에 배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치킨, 돈가스, 주꾸미 등 매운 메뉴를 앞세운 음식점들은 10년 전 불닭이 인기를 얻던 때와는 달리 전 업종에 걸쳐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강병오 중앙대 겸임교수(창업학 박사)는 “매운 음식점이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시장이 커지는 것을 뜻한다”며 “단순히 매운 맛만 가지고 승부하던 시대는 지났으며 매운 맛과 잘 어울릴 수 있는 메뉴를 접목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