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대표 "DDP 개관으로 디자인 코리아 새 시대 열려"
지난 3월21일 문을 연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28일 기준 관람객 289만명을 넘어섰다.

땅값은 빼고 준공까지 4840억원이 투입된 DDP는 그동안 ‘돈 먹는 하마’ 등 각종 논란에 시달려왔다. DDP 운영주체인 서울디자인재단 백종원 대표(사진)는 “DDP가 들어서면서 죽어가던 동대문 상권이 살아나고 있다. 앞으로 디자인 서울, 한국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DDP 개관 후 1개월(3월21일~4월17일) 동안 동대문역사공원역(2·4·5호선)의 승하차 인원은 전년 동기 대비 20% 늘어난 284만3438명으로 집계됐다. 개관일을 기점으로 한 달 전후를 비교해도 19% 늘었다.

백 대표는 “세계 어딜 봐도 복잡한 도심 한가운데 이 같은 비정형미를 가진 예술적 건물은 드물다”고 주장했다. DDP는 영국 국적을 가진 이라크 출신 여성 디자이너 자하 하디드가 디자인하고 삼성물산이 시공했다. 옆에서 보면 SF 영화에 나오는 우주선이나 애벌레 같기도 하고 위에서 보면 하이힐 같기도 하다.

서울대 미대를 나온 백 대표는 산업통상자원부(옛 지식경제부) 관련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하며 쌓은 경력을 토대로 DDP 운영을 총괄하게 됐다.

백 대표는 “크기와 곡률이 모두 다른 알루미늄 평판 패널 1만4000여장, 곡면 패널 3만1000여장으로 시공한 독창적 건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패널 전부를 특수 설계된 장치를 통해 국내 한 중소기업(스틸라이프)이 마치 손으로 반죽하듯 제작했다”며 “건설 기법으로서도 한 단계 도약을 이룬 것”이라고 평가했다.

스틸라이프는 DDP를 계기로 세계에 입소문이 났다고 그는 전했다. 실제로 DDP 내부 공간은 정형화된 곳이 거의 없을 정도로 유려한 곡면으로 가득 차 있다. 지하 3층~지상 4층으로 연면적 8만6574㎡에 달하고 외관면적은 일반 축구장의 약 3배다.

“대체 뭘 하려는 건물이냐, 흉물스럽다, 동대문하고 안 어울린다 등 그동안 욕을 너무 많이 먹었어요. 언론 시민단체 주변상인 등 우호적인 곳이 한 곳도 없을 정도로…. 다행히 최근 주변 쇼핑몰과 음식점 상인을 대상으로 인터뷰했는데 DDP 개관 후 매출이 10%가량 늘었다는 긍정적 답변을 얻었습니다.”

DDP는 현재 간송미술관 개관 이래 76년 만에 처음으로 소장작품을 공개하는 간송문화전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에서 인기를 끈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특별전, 트랜스포머 특별전 등 대중문화 전시도 한다. 또 세계 각국 디자이너들이 만든 특이한 디자인의 가구, 조형물 1800여점이 곳곳에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백 대표는 “섬처럼 고립돼 있는 고급 문화작품을 DDP로 끌어내면 동대문 지역에 새로운 구매력을 가진 관람객이 유입될 것”이라며 “외국인 관광객 등을 사로잡을 전략적 전시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또 전시, 관람을 넘어 각종 산업디자인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할 계획이다.

DDP사업비는 100% 서울시 세수로 조달했다. “언제쯤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백 대표는 “투입비를 회수하는 게 DDP의 목적은 아니고, 앞으로는 운영비 자체 조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창조적 디자인의 발상지로서 DDP의 무형가치는 투입비를 훨씬 넘어설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