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척 걸쳤다 중국서 다 팔렸다
대기업 사장으로 분한 최지우가 상념에 젖은 채 서성거린다. 집무실을 배경으로 브라운카키색 셔츠와 블랙 팬츠가 한눈에 들어온다. 사회적 지위와 재력을 동시에 갖춘 여주인공의 이미지가 부각된다. 지난 21일 방영된 드라마 ‘유혹’의 한 장면이다. 최지우가 입은 의상은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의 올가을·겨울(F/W) 신제품이다.

루이비통은 이 의상 외에도 슈트, 원피스 등을 최지우에게 제공했다. 크리스찬디올, 베르사체, 지미추, 까르띠에, 예거르쿨트르 등 명품 브랜드들도 자사 제품을 협찬했다. 이처럼 명품 브랜드가 대거 참여한 이유는 국내 드라마가 한류 열풍을 타고 아시아권에 미치는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지현이 출연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 전역에서 ‘대박’을 터트리고 관련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자 ‘제2의 별그대’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3월 “한국 드라마에 등장한 샤넬·구찌 등 명품이 중국의 젊은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며 “할리우드나 중국 스타에 비해 광고비가 싸면서 효과는 큰 한국 배우를 명품 업체가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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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별에서 온 그대’ 방영 직후 에르메스의 망토, 셀린느의 코트, 지미추의 구두, 콜롬보의 핸드백 등이 모두 완판됐다. 지미추는 중국 상하이와 베이징에서 품절 현상을 빚었다.

2011년 이탈리아 브랜드 콜롬보를 인수한 제일모직 패션부문 관계자는 “별그대 효과로 콜롬보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50% 증가했다”며 “아직도 콜롬보 매장에 해당 제품을 찾는 중국인들의 문의 전화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유혹’에서 최지우가 차고 나온 스위스 명품 시계 예거르쿨트르의 7600만원짜리 ‘랑데부 셀레스티얼’도 매장으로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 제품은 지난해 11월 국내에 입고되자마자 완판됐다. 현재 소비자들의 요청으로 소량만 재입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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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브랜드들이 톱스타라고 해서 무조건 제품 협찬을 하는 것은 아니다. 20~40대 여성들의 ‘구매 파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만한 배우를 선호한다. 이영애, 고소영, 김희애, 전지현 등이 명품 업체들이 좋아하는 배우들이다. 값비싼 명품을 걸쳐도 자연스러워 보일 만한 역할이어야 한다는 점도 명품 협찬의 요건 중 하나다. ‘한류’로 승화될 만한 드라마인지도 꼼꼼하게 점검한다.

명품 업계 관계자는 “인기 드라마, 인기 배우라고 해서 모든 명품 브랜드가 의상 협찬에 목을 매진 않는다”며 “해당 브랜드가 추구하는 이미지, 콘셉트에 부합하지 않으면 협찬 요청이 들어와도 거절한다”고 귀띔했다.

명품 브랜드는 드라마 제작사에 돈과 제품을 동시에 지급하는 간접광고(PPL) 형태의 협찬은 잘 하지 않는다. 대신 의류·구두·핸드백 등 제품만 제공했다가 나중에 돌려받는 일종의 ‘대여’ 개념으로 협찬한다.

김영 신세계인터내셔날 과장은 “인기 드라마에 의상 협찬을 하면 관련 상품의 일시적인 매출뿐만 아니라 브랜드 인지도도 높일 수 있다”며 “최근 중국 등 아시아권에서 한국 드라마 열풍이 불어 명품 브랜드들이 한국 드라마 의상 협찬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선주/임현우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