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소비세 20%, 국산 名品 씨말린다
국내 1위 모피업체인 진도모피는 요즘 중저가 모피 브랜드인 ‘엘페’와 홈쇼핑·아울렛 전용 브랜드 ‘클레베’ 제품에 주력하고 있다. 200만원 이상 모피 제품에 부과하는 개별소비세(옛 특별소비세) 때문에 고가 모피제품이 잘 팔리지 않아서다. 꼬리털이나 다리털을 모아 이어붙인 저가 중국산 모피가 시중에 싸게 나돌아 진도모피도 어쩔 수 없이 20만~30만원대부터 시작하는 홈쇼핑용 제품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성훈 진도모피 상품기획팀 부장은 “예전에는 고급 소재의 긴 코트 등 고가 상품 비중이 70%를 넘었지만 요즘은 조끼나 목도리, 길이가 짧은 코트가 주로 팔린다”며 “개별소비세가 면제되는 200만원 이하 제품 비중이 매출로는 80%, 판매량으로는 90%를 넘는다”고 말했다.

모피, 귀금속·보석, 고급 가구, 시계 등 ‘사치품’으로 분류되는 제품에 부과하는 개별소비세가 국내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판매가격이 200만원(고급 가구는 500만원)을 넘으면 초과 금액의 20%를 개별소비세로 부과하다 보니 국내 제조업체들은 고부가가치 ‘명품’을 만들기보다는 저가품 위주로 생산하고 있다. 유통시장에서는 세금을 아끼기 위해 무자료 현금 거래를 하거나 영수증을 쪼개 발행하는 등 다양한 ‘꼼수’가 횡행한다.

국내 모피시장은 4200억원대(모피협동조합 추산)지만 개별소비세로 징수한 금액은 2012년 38억원에 불과했다. 5조원 규모인 보석·귀금속 시장에서 거둔 개별소비세도 50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법을 지켜야 하는 국내 기업들엔 개별소비세가 큰 부담이다. 온현성 월곡주얼리산업 연구소장은 “개별소비세에 교육세 농어촌특별세까지 합치면 세율이 26%”라며 “여기에다 부가가치세 10%까지 포함하면 37%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상적으로 사업을 하면 탈세를 하는 제품과 30%가량 가격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민지혜/추가영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