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전문기자 칼럼] "오케이 구글"과 삼성 고민

아침에 접한 정보기술(IT) 소식 중 세 가지가 눈에 띄었다. 구글이 “오케이 구글”로 시작하는 음성검색 대상 언어에 한국어를 포함시켰다는 것, 구글이 월드컵 16강 경기 승리 팀을 모두 맞혔다는 것, 삼성이 글로벌 ‘미디어 허브’를 닫기로 했다는 것 등이다. 세 소식을 관통하는 흐름은 ‘구글 제국’이다. 모든 길이 구글로 통하는 세상이 과연 오는가.

“오케이 구글” 음성검색은 종래 미국 영국 캐나다 등지에서 영어로만 가능했는데 이번에 한국어 독일어 등 7개 언어가 추가됐다. 이젠 폰을 열고 우리말로 검색할 수 있다. “오케이 구글, 내일 서울 날씨는?” “오케이 구글, 남산 높이는?” 이런 식이다. 맨 앞에 반드시 “오케이 구글”을 붙여야 한다.

‘구글로부터 독립’ 난제

안드로이드폰에서는 홈스크린에서 바로 우리말 음성검색을 할 수 있다. 버튼을 누를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네이버 음성검색과 다르다. 네이버 음성검색을 하려면 네이버 앱(응용 프로그램)을 찾아 실행해야 하고 마이크 버튼을 눌러야 한다. 네이버로서는 ‘올 것이 왔다’고 할 만하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안드로이드 점유율은 70~80%에 달한다. 이 모든 폰 홈스크린에서 이런 식으로 음성검색을 한다면 세계 곳곳에서 “오케이 구글”을 외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다. 누가 봐도 ‘구글 제국’이다. 구글은 이미 세계 검색 시장의 90%를 장악했다.

구글이 월드컵 16강전 우승 팀을 모두 맞혔다는 사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6강전에서는 이변이 없었기에 예상이 어렵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지만 빅데이터 분석으로 모두 맞혔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구글은 검색, G메일, 구글+ 등 각종 서비스를 통해 전 세계 사용자들로부터 정보를 수집한다. 이걸 분석하면 세상을 꿰뚫어보는 ‘점쟁이’가 될 수 있다.

삼성이 글로벌 ‘미디어·비디오 허브’를 8월1일 닫기로 했다는 소식은 ‘구글 제국’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켜 준다. 삼성은 안드로이드 개발사인 구글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타이젠’ 운영체제(OS) 개발을 추진했고 자사 폰에 각종 ‘허브’를 탑재했다. 그러나 올해 초 구글과 협상한 뒤 뮤직 허브에 이어 미디어 허브도 닫는다.

등 뒤에선 중국업체들 추격

삼성은 구글과 ‘광범위한 특허 제휴’를 했다고 발표했지만 내막은 알 수 없다. 당시 구글이 “안드로이드 협력을 전면 해지할 수 있다”는 식으로 으름장을 놓았다고 알려졌다. 삼성은 구글 서비스용 폰을 만드는 데 만족해야 할지도 모른다. 삼성 폰에 대고 “오케이 구글”을 외치고, 삼성 폰으로 찍은 사진도 구글 클라우드 저장공간에 올리는 식이다.

삼성으로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디지털 기기를 하드웨어로 차별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등 뒤에서는 레노버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메이커들이 쫓아오며 질러대는 함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소프트웨어 독립’ ‘서비스 독립’이 어렵고 하드웨어에서 쫓긴다면 진퇴양난이다.

소비자들이 삼성 폰을 들고 “오케이 구글”을 외치는 사이 삼성 ‘S보이스’는 잊혀져 가고 있다. 삼성이 음성인식 원천기술을 보유한 누앙스를 인수하려 한다는 소문도 있지만 ‘오케이 구글’에 ‘오케이 삼성’으로 맞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삼성은 2007년 아이폰이 나온 직후에 겪었던 위기를 다시 만났다. 과연 어떻게 돌파할지 궁금하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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