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방문 판매, 쇠락하고 있는데…LG생활건강, 방판인력 20% 늘린 까닭
화장품 업계 2위인 LG생활건강이 올 들어 방문판매원(카운셀러)을 20% 이상 늘렸다. 방문판매가 쇠락해가는 유통채널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관련 인력을 대폭 충원한 것이어서 배경이 주목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올 들어 방판 카운셀러 2500명을 새로 뽑았다. 이 회사 방판 인력은 지난해 말 1만2000명에서 현재 1만4500명으로 5개월 만에 20.8% 급증했다. 업계 1위 아모레퍼시픽의 카운셀러 수가 2012년 3만7000여명에서 지금은 3만5000명으로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LG생활건강의 방판 카운셀러는 2011년 1만4000명을 정점으로 해마다 1000명씩 감소해왔다. 이번에 새로 확보한 2500명은 모두 화장품 방판 경험이 전혀 없는 ‘새내기’들이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들은 “위축된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이런 대규모 충원은 의외”라고 말했다.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방판의 입지는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매출 중 방판 비중은 2009년 40.2%에서 지난해 21.4%로 반토막났고, LG생활건강은 32.4%에서 10% 정도로 3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 소비자들의 화장품 구매 경로가 백화점, 인터넷, 면세점 등으로 다양해진 데다 ‘더페이스샵’ ‘이니스프리’ 같은 중저가 화장품 전문점이 폭발적으로 성장해 방판 수요를 잠식한 영향이다.

하지만 LG생활건강 측은 “방판 시장이 과거보다 어려워진 건 맞지만 여전히 중요한 유통채널”이라며 “신규 카운셀러에 대한 교육과 인센티브를 강화해 방판 매출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판 시장에서 ‘오휘’나 ‘후’ 같은 고가 프리미엄 브랜드를 판매하기 때문에 쉽게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기존 방판과 차별된 새로운 방판 모델도 개발하고 있다. 그 결과 나온 것이 최근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 중인 이른바 ‘제2방판’이다. 카운셀러가 고객을 찾아가기만 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제2방판은 카운셀러들의 사무실에 화장품 체험 공간을 갖춰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방판 채널의 전망에 대해선 대체로 부정적이다. 방판을 주력 유통채널로 삼아온 화진, 생그린, 사임당, 미애부, 김정문알로에 등 중견 화장품업체들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일제히 감소했다. 매출 감소폭도 10~30% 정도로 컸다.

최민주 현대증권 연구원은 “최근 화장품 방판의 마이너스 성장 폭이 다소 줄어들긴 했으나 과거처럼 큰 성장을 이뤄내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 신규 고객이 잘 유입되지 않기 때문에 기존 충성고객을 상대로 매출을 끌어올려 ‘현상 유지’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