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종준 하나은행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왼쪽부터 김종준 하나은행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김종준 하나은행장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이례적인 중징계가 내려진 다음날인 18일 서울 을지로 하나금융 본사에는 종일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룹의 수장들인 김 행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각각 ‘잠수’ ‘반발’ ‘독려’의 ‘3인 3색’ 행보를 보였다.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김 행장은 중징계 직후부터 ‘잠수’를 타고 있다. 지난 17일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두 시간에 걸친 적극적인 소명에 나섰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행보다. 18일 아침 한국은행 총재가 주관하고 은행장들이 참석해 금융동향을 진단하는 월례 행사인 금융협의회가 열렸지만 불참했다. 이주열 신임 한은 총재가 처음 주재하는 자리여서 다른 은행장들은 전부 참석했지만 김 행장은 한은 측에 미리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열린 그룹 임원회의에도 불참했다. 김 행장은 이날 오전 잠시 은행장실에 들러 업무를 처리한 뒤 회사를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중징계 확정 후 측근들에게 당혹스러움을 표시했던 김 행장이 조직의 수장으로서 거취에 대한 고민에 들어간 것으로 관측된다.

김 전 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건이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사안이냐”며 “착잡하다”고 말했다. “이런 사안으로 중징계를 내린다면 앞으로 누가 은행장을 할 수 있겠느냐”며 억울해 했다. 다만 앞으로의 대처방안을 묻는 질문에는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조직을 추슬러야 하는 입장인 김 회장은 직원들을 독려하며 내부 단속에 나섰다. 이날 영업담당 임원 회의에 참석한 김 회장은 “상황이 어려운 때일수록 좋은 실적을 내는 게 임원의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