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맥주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국내 맥주 업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해 롯데마트에서 국산맥주 매출은 전년 대비 9.8% 감소했다. 2012년 말 “한국 맥주는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없다”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보도 이후 ‘소비자들의 외면’은 더욱 심화됐다고 대형마트 관계자들은 전한다.

상황이 악화되자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는 제품을 전면 리뉴얼하거나 기존 제품과는 전혀 다른 신제품을 내놓는 등 소비자의 마음을 되돌리는 데 부심하고 있다. 이달 말 맥주시장에 진입하는 롯데주류는 맛 논란을 피하기 위해 기존 국산맥주와는 콘셉트가 다른 제품을 내놓기로 했다.

오비맥주는 지난 1일 신제품 ‘에일스톤’을 출시했다. 가벼운 맛의 라거맥주 일변도였던 국내 시장에 나온 정통 영국식 ‘에일맥주’다. 에일맥주는 효모를 맥주통 위에서 발효시킨 것으로 라거맥주보다 알코올 도수가 높고 맛이 묵직한 것이 특징이다. 전 세계 시장에서는 3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1%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에일맥주로는 호가든과 기네스가 유명하다.

하이트진로는 대표제품 ‘하이트’를 21년 만에 전면 리뉴얼했다. 지난 3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뉴하이트’는 알코올 도수를 4.5도에서 4.3도로 낮춘 것이 특징이다. 하이트진로는 뉴하이트가 ‘소맥’시장의 대표 제품으로 등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주류는 카스, 하이트와는 다른 방식으로 생산한 ‘클라우드’를 이달 말부터 판매할 계획이다. 독일, 체코 등 유럽 맥주의 생산 방식인 ‘오리지널 그래비티’ 공법을 사용해 진한 수입맥주 맛을 낸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정철 서울벤처대학원대 교수(양조학)는 “국산 맥주가 외면받은 것은 맛이 없어서가 아니라 다양한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없는 한정적인 제품군 때문”이라며 “에일맥주와 롯데 클라우드가 등장하면서 이 문제를 다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