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xury & Taste

테이블 5개뿐이지만 CEO·고위급 인사가 단골
메뉴판 없이 그날 식재료 따라 오너 셰프가 날마다 다르게 구성
이탈리안 레스토랑 청담동 리스토란테 에오의 내부 모습. 이탈리아 가정의 거실처럼 만든 것이 특징이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이탈리안 레스토랑 청담동 리스토란테 에오의 내부 모습. 이탈리아 가정의 거실처럼 만든 것이 특징이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리스토란테 에오’는 2006년 7월 서울 청담동에 문을 연 부티크 레스토랑이다. 부티크 레스토랑은 소수의 고객에게 최고급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레스토랑을 말한다. 리스토란테(Ristorante)는 이탈리아어로 레스토랑이란 뜻인데 ‘파인 다이닝(fine dining)’이란 뜻으로도 통한다.

부티크 레스토랑 리스토란테 에오, 미술관에 온 듯…예술을 맛보다

에오(Eo)는 이곳 셰프인 어윤권 씨의 이탈리아 유학 시절, 이탈리아인들이 어 셰프의 성인 ‘어’를 발음하지 못해 ‘에오’라고 부른 데서 따왔다. 자매 음식점인 ‘구르메 에오’ 건물 2층에 있는데 간판도 없다. 테이블은 5개뿐이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정계 및 문화계 오피니언 리더들이 교류하는 사랑방 역할을 한다.

청담동 ‘명품 거리’ 뒤편에 자리 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창조성을 높이 평가하는 명품 업계와 고급 예술 요리를 추구하는 부티크 레스토랑의 수요층이 비슷하리란 판단에서다. 권기수 화백의 ‘동그리 시리즈’ 작품으로 꾸며진 내부는 미술관을 연상케 한다.

간판만 없는 게 아니라 메뉴판도 없다. 구르메 에오에서는 스테이크, 파스타 등 단품 요리 주문이 가능하지만 리스토란테 에오는 점심·저녁 코스 요리만 제공한다. 그날 식재료 상황에 따라 어 셰프가 고객과 조율해 메뉴를 결정하기 때문에 매일 메뉴가 바뀐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는 4개 메인 메뉴로 구성된 런치 코스(6만1000원)를 주문하자 식전 빵 직후 ‘한입 요리’가 나왔다. 토마토 스프마, 참치 카르파초, 아브루가, 흰 살 생선 크레스펠레가 네 칸으로 나뉜 접시에 소담스럽게 담겨 나왔는데 모두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별미였다.

부티크 레스토랑 리스토란테 에오, 미술관에 온 듯…예술을 맛보다

카르파초는 익히지 않은 소고기, 생선 등에 소스를 뿌려 먹는 이탈리아 전통 요리다. 어 셰프는 제주도산 참치로 카르파초를 만든 뒤 레몬그라스와 올리브오일 소스를 얹었다. 아브루가는 스웨덴에서 가공한 청어알인데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국내에도 소개된 식재료다. 리스토란테 에오는 황금색 빵인 판도로에 아브루가를 버무려 송편 모양으로 빚은 뒤 내놨다.

크레스펠레는 얇은 팬케이크인 ‘크레페’를 뜻하는 이탈리아어인데 어 셰프는 흰 살 생선을 크레스펠레로 돌돌 말았다. 스프마는 생크림을 부풀려서 넣은 뒤 올리브오일과 토마토를 갈아 만들었다. 한입 요리로 한껏 돋운 식감은 남도에서 낚시로 잡은 대삼치와 바닷가재살, 특등급 한우 안심구이, 한우 라브라자냐 파스타, 푸아그라 오븐구이가 연이어 나오면서 한층 살아났다.

한우 라브라자냐 파스타는 직접 손으로 만든 라자냐라 퍽퍽하지 않고 부드럽게 넘어갔다. 오렌지 콩피를 얹은 특등급 한우 안심구이는 뒷맛이 상큼했다. 오렌지 콩피란 오렌지를 저온으로 조린 뒤 거칠게 다진 것을 말한다. 대삼치와 바닷가재는 살이 탱글탱글하게 살아 있었다. 푸아그라 오븐구이는 거위 간 특유의 쌉쌀한 뒷맛이 일품이었다.

부티크 레스토랑 리스토란테 에오, 미술관에 온 듯…예술을 맛보다

디저트로는 딸기를 곁들인 홈메이드 대추 아이스크림이 나왔다. 대추 외에도 생강, 잣, 고구마, 딸기 등 신선한 재료를 사용한 다양한 아이스크림 레시피가 준비돼 있었다.

어 셰프는 모든 요리의 간을 천연 허브, 소금, 후추로만 맞춘다. 빛깔이 좋고 싱싱한 최상급 재료는 자극적인 양념으로 버무리지 않아도 재료 본연의 맛과 향이 부각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리스토란테 에오는 운영 방식도 이탈리아식 가족경영 스타일이다. 현재 어 셰프와 부주방장인 처남이 각각 33%, 아내 배수연 씨가 34%의 지분을 갖고 있다. 개업 초기부터 함께한 아내 배씨는 요리 전공자가 아니지만 주방 일을 도우며 실내 인테리어를 전담하고 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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