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中 위안화 장기 절상압력 더 높다
경제·금융개혁의 일환으로 중국이 지난달 17일부터 위안·달러 환율 하루 변동폭을 기존 1%에서 2%로 확대한 이후 위안화 가치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 1월14일 6.093위안까지 꾸준히 절상된 이후 15일부터 절하세로 돌아서 이달 1일 현재까지 0.83% 절하됐다.

중국정부가 이 시점에서 위안화 환율 변동폭을 확대한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 다. 첫째,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해외 투기자금 유입이 줄면서 위안화 절상 압력이 약해졌다. 중국은 지난 2월 수출 부진으로 230억달러의 무역적자를 냈다. 최근 경기둔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올 들어 위안화 가치가 장중 최고가 기준 2.9% 떨어지는 등 약세를 보여왔다. 둘째, 금융부문의 개혁속도를 높이기 위한 가장 쉬운 정책이 환율 변동폭 확대다.

중국이 위안화 환율 하루 변동폭을 2%로 확대한 것은 사실상 변동환율제를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유로나 엔처럼 제한없이 변화하는 통화의 대(對)달러 시세도 하루에 1% 이상 등락하는 경우는 드물다. 위안화 환율 변동폭 확대의 가장 큰 의의는 시장의 자율성 제고이며 앞으로 중국 인민은행의 환시장 개입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경제구조개혁, 그림자금융에 따른 신용위축과 지방부채 부담으로 인한 실물경제 둔화, 환율 및 금리 시장화 등 금융개혁 조치의 부작용이 미국 양적완화의 축소 등 복잡한 대외 경제환경과 맞물려 위안화 환율의 양방향 변동성은 지난해에 비해 커질 전망이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위안화는 ‘절상 화폐’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경제성장률(7% 이상)이 높은 발전도상국이다. 외환보유액(3조8000억달러 이상)도 풍부하다. 앞으로 금리 시장화 개혁에 따라 금리가 상승할 것이며, 이는 위안화 절상의 가장 확실한 요인이다. 중국 경제의 구조적인 전환, 개혁심화와 글로벌경제의 재균형, 경상흑자 여부는 위안화 환율추세를 판단하는 근거다. 경상흑자 규모는 앞으로 3~5년 내 작아지겠지만 지속될 것으로 판단되고, 주요 선진국들의 양적완화 정책과 중국의 물가억제책 등을 고려할 때, 위안화는 일정기간 그 폭이 크지는 않아도 절상추세를 보일 것이다. 주요 투자은행(IB)들은 2014년 연평균 0.8% 절상을 예상(변동범위 -0.5~2.7%)한다.

단기적으로는 절하 요인이 많다.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경기 둔화다. 1~2월 산업생산, 고정자산투자, 소매판매 등 지표가 둔화된 데다 지난달 수출마저 급감하면서 1분기 성장률이 지난해 4분기(7.7%)보다 낮은 7.5%를 밑돌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그림자금융 상품과 태양광 업체, 부동산 개발업체의 잇단 부도로 금융시장에 부도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과잉유동성 문제로 물가상승 압력이 여전한 것도 절하 요인이다.

위안화 환율 변화는 양방향에서 한국 수출에 영향을 미친다. 위안화 가치가 오르면 한국의 대중 수출이 늘어난다. 2000~2010년 자료를 보면 위안화가 1% 절상되면 한국의 총수출은 0.19% 증가한다. 반대로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중국의 대한국 수입은 줄어들고 한국의 대중 수출가격은 상대적으로 높아져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중국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수출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중국에 대한 중간재 수출(50~70% 정도)이 많은 한국으로서는 위안화 평가절하가 득이 될 수도 있다.

리스크 관리측면에서 위안화 환율 변동폭이 커짐에 따라 대중 수출기업과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환위험 관리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한·중 무역비중 확대로 위안·달러 환율과 원·달러 환율은 동조현상을 보이고 있어 이에 맞는 환헤지 및 투자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안유화 <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yuhuaan@kcmi.r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