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한·독 정상회담 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히든 챔피언’으로 불리는 독일의 강소기업 육성방안을 어떻게 우리 경제에 접목시켜 우리도 히든 챔피언을 많이 만들지를 연구하겠다”고 했다. 또 “아버지가 독일에서 제철산업 육성의 답을 얻었다면 나는 히든 챔피언 육성의 답을 얻겠다”고도 했다. 강소기업 육성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게 읽혀지는 대목이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히든 챔피언’의 저자 독일의 헤르만 지몬은 매출액이 50억유로 이하로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시장점유율이 세계 3위 안에 들거나 소속 대륙에서 1위인 기업을 히든 챔피언으로 정의했다. 지몬은 전 세계 히든 챔피언이 2734개라고 분석했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1307개가 독일기업이다. 우리는 고작 23개에 불과하다. 박 대통령이 독일의 히든 챔피언을 탐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히든 챔피언은 하루아침에 나올 수 있는 게 아니다. 대통령이 히든 챔피언을 언급했으니 조만간 해당 부처들은 온갖 정책들을 쏟아내겠지만 그렇게 해서 히든 챔피언이 만들어지면 어느 나라인들 못할 것인가. 히든 챔피언이 가장 많은 독일의 기업환경을 살펴보면 우리가 바꿔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란 점을 금방 알게 된다.

무엇보다 능률과 실질을 숭상하는 실학 중시 사회로 가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처럼 정치인 법률가는 떵떵거리고 기업가, 기술자는 소외받는 분위기에서는 아무도 히든 챔피언이 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또 기업이 2, 3대로 이어지며 인적, 물적토대가 충분히 축적될 수 있는 환경이라야 한다. 어제 전경련이 독일 경제서 배워야 할 요소로 가업상속에 대한 세제지원이 히든 챔피언을 낳았다고 분석한 점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 같은 상속세 구조에서는 중소기업이 대를 잇는 것조차 포기해야 할 판이다. 중기 정책도 대(大)수술이 필요하다. 적합업종 등 온갖 보호와 칸막이 정책은 오히려 히든 챔피언의 싹을 자르고 말 것이다. 경쟁과 혁신, 글로벌화만이 히든 챔피언을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