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총리가 ‘비리 스캔들’이 터진 당일 아들과 현금을 은폐하는 계획을 논의한 대화 녹음파일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유튜브에 공개된 ‘타이이프 에르도안-빌랄 에르도안 2013년 12월17일 음성녹음’이란 제목의 영상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빠르게 전파됐으며 영문으로 번역된 녹취록도 공유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녹음파일이 날조됐다며 “용납할 수 없는 공격”이라고 반박했으나 야당은 통화 내용이 사실로 보인다며 총리의 사퇴를 촉구했다.

25일(현지시간) 터키 언론들에 따르면 에르도안 총리는 녹음 파일에서 아들 빌랄 에르도안과 현금 10억달러(약 1조730억원)를 숨기는 계획을 논의했다.

또 에르도안 총리와 아들은 검찰과 경찰이 장관 3명의 아들과 국책은행장 등을 뇌물 수수 혐의로 전격 체포한 지난해 12월17일과 다음 날까지 5차례 통화했다. 이들의 첫 통화는 체포가 이뤄진 당일 오전 8시2분에 이뤄졌으며 에르도안 총리가 아들에게 검경이 체포 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알려주고 아들 집에 있는 현금을 다른 장소로 옮기라고 시켰다.

현지 일간지 자만은 대화 내용에 이들이 은폐를 계획한 현금의 전체 규모가 나와있지 않지만 영상의 첫 부분에 최소 10억 달러를 5곳에 숨겼다는 설명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이날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 의원총회에서 “날조된 녹음파일이 공개됐다”며 “이는 터키 총리를 겨냥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