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분야 의원입법 횡포가 점입가경이다. 환경오염피해구제법(환구법)이나 화학사고 손해배상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피해구제법) 발의도 모자라 환경책임법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법률안이 한정애 민주당 의원에 의해 발의되었다. 취지나 내용은 유사하지만 더욱 강력해졌다. 기업들에 강제적으로 부담금을 걷어 ‘환경 오염 피해구제기금’을 만들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되었다. 이 부담금을 내지 않으면 정부가 영업정지처분까지 내릴 수 있다. 자연을 원상회복시키라는 조항도 들어갔다.

정말 정신 차릴 수 없이 쏟아지는 환경 규제다. 환경책임 부담금을 내야 하는 기업의 범위도 불투명하다. 사고의 필연성이나 개연성과도 무관해 보인다. 자연환경을 원상태로 복구하라는 조항은 더욱 논란거리다. 원상태나 복구된 상태를 정의하는 것은 둘 다 매우 어렵다. 석유 유출 같은 대재난의 경우에도 시간이 흐르면 대체로 원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자연의 복원력이다. 오염 기업이 방제나 원상회복 노력을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지만 법률문제가 되면 주먹구구식으로는 할 수 없다.

환경정책은 그 성격상 적지않은 행정 규제를 안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문제는 적절성이요 균형감이다. 환경 기업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본다면 화학산업의 성장 발전은 불가능하다. 환경 규제 수준은 그 자체로 비용이다. 산업의 성장이 없다면 환경보호는 역설적으로 갈수록 악화된다.

업계는 한국만 서둘러 도입하는 탄소배출권 거래제 시행시기를 2020년 이후로 연기해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환경부는 묵묵부답이다. 사실상 교토의정서 체제가 와해되고 외국의 탄소 거래 시장 자체가 붕괴된 상황이다. 지난해엔 ‘화학물질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이나 ‘유해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이 제정돼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환경부 업무보고에서 “규제가 기업을 죽일 수도 있다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업이 다 죽고나면 누구를 규제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