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 서울 가산동 이랜드 본사에선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이랜드 SPA대학’이 문을 연 것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과 손잡고 SPA 판매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자체 교육과정을 만들었다.

이랜드 직원들은 SPA의 개념부터 상품 진열의 원리, 재고 관리, 고객 응대 등 SPA 관련 지식을 교육받은 뒤 현장 실습을 거쳐 매장에 투입되고 있다.

이랜드가 SPA대학을 만든 것은 ‘모든 상품의 SPA화’란 그룹의 경영전략에 따른 것이다.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은 SPA를 기반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이에 따라 ‘스파오’뿐 아니라 ‘미쏘’(여성복) ‘슈펜’(신발) ‘루켄’(아웃도어) 등도 SPA형으로 잇따라 선보였다.

기업대학을 담당하는 정희선 이랜드 프로젝트팀장은 “대형 SPA 매장의 관리자는 중소기업 오너와도 같다”며 “직원 관리부터 재고 조절, 상품 진열, 고객 서비스까지 모든 것을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SPA에 최적화된 전문인력 양성이 필요하다”(박성수 회장)는 의미다. 이랜드에선 SPA대학 설립 이후 5개 기수에 걸쳐 200명이 과정을 이수했다. 서울 명동의 스파오 1호점 등에는 SPA대학 출신 직원이 본격 투입됐다. 이랜드는 이들 매장의 생산성이 20~30% 늘어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글로벌 경영을 펼치고 있는 유니클로, 자라, H&M 등은 인재 양성에도 체계적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유니클로는 일선 점장에게 직원 채용 등에 전권을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국내 업체들은 SPA 사업 진출 초기에 자라, H&M 등 해외 SPA 출신들을 영입하느라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원대연 한국패션협회장은 “SPA는 웬만한 대기업도 장기적 안목의 투자 없이는 성공할 수 없는 어려운 사업”이라며 “무리하게 덩치를 키우기보다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