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전 KT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궁색하게 됐다. 이 전 회장의 횡령과 배임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법원이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기 때문이다. 검찰이 지난해 10월 수사에 착수한 이후 네 차례 소환조사에다 이 씨 및 임직원들의 자택, KT 본사 등 무려 37곳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압수수색을 벌였던 결과가 이 모양이다. 검찰은 할 말이 없게 됐다. 더구나 이런 일이 이미 한두 번도 아니다.

검찰이 배임과 횡령 혐의를 적용했던 것부터 실은 무리였다. KT 사옥 39곳을 헐값에 팔았다고 하지만, 부동산 냉각기에 가격을 내리지 않으면 누가 빌딩을 매입할 것인가. IT 투자가 적자라는 것 역시 단순한 결과론일 뿐이다. 임원 상여금을 돌려받아 비자금을 만들었다는 것도 개인용도가 아닌 회사의 판공비 용도였고 오랜 관행이었다는 게 KT 측의 해명이다. 사소한 경영상 판단의 문제를 놓고 검찰은 놀랍게도 무차별 수색의 칼을 휘둘렀다.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하는데 고심이 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전 회장을 이 지경으로 몰아간 자진사임 거부는 물론 별도의 문제다. KT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올레 선풍을 일으키고 콘텐츠 사업을 다각화하는 등 성과를 내세울 수도 있겠지만, 연봉을 과도하게 인상하고 권력에 가까운 정치인들을 방패막이로 세우는 등은 비난의 여지가 없지도 않다. 능력과 실적에서 흠잡을 데 없다는 것과 정권이 바뀌면서 새 회장을 선임한다는 것은 전혀 별개 문제다. 세계 어디서고 인사를 자기가 하지는 못 하는 법이다. 그런 면에서 너무도 큰 아쉬움이 남는다. 이 회장을 고발한 좌성향 단체들로서는 이 회장을 제거하려는 명백한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검찰은 그들을 이용한 것인가 이용당한 것인가. 누가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대한민국의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