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석채 전 회장 케이스를 보고…
검찰이 배임과 횡령 혐의를 적용했던 것부터 실은 무리였다. KT 사옥 39곳을 헐값에 팔았다고 하지만, 부동산 냉각기에 가격을 내리지 않으면 누가 빌딩을 매입할 것인가. IT 투자가 적자라는 것 역시 단순한 결과론일 뿐이다. 임원 상여금을 돌려받아 비자금을 만들었다는 것도 개인용도가 아닌 회사의 판공비 용도였고 오랜 관행이었다는 게 KT 측의 해명이다. 사소한 경영상 판단의 문제를 놓고 검찰은 놀랍게도 무차별 수색의 칼을 휘둘렀다.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하는데 고심이 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전 회장을 이 지경으로 몰아간 자진사임 거부는 물론 별도의 문제다. KT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올레 선풍을 일으키고 콘텐츠 사업을 다각화하는 등 성과를 내세울 수도 있겠지만, 연봉을 과도하게 인상하고 권력에 가까운 정치인들을 방패막이로 세우는 등은 비난의 여지가 없지도 않다. 능력과 실적에서 흠잡을 데 없다는 것과 정권이 바뀌면서 새 회장을 선임한다는 것은 전혀 별개 문제다. 세계 어디서고 인사를 자기가 하지는 못 하는 법이다. 그런 면에서 너무도 큰 아쉬움이 남는다. 이 회장을 고발한 좌성향 단체들로서는 이 회장을 제거하려는 명백한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검찰은 그들을 이용한 것인가 이용당한 것인가. 누가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대한민국의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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