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에서 양적완화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Fed가 최근 공개한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을 보면 연내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종료가 적절하다고 의견을 모으면서, 자산거품을 우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는 양적완화의 비용이 커져 그 한계효능이 둔화되고 있다는 인식이다. 비정상적인 수단을 무한정 쓸 수도 없었을 것이다.

Fed가 5년 만에 테이퍼링을 시작한 것은 무엇보다 실물경제의 개선추세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성장률이 연율 기준 4.1%에 달해 시장의 예상을 훌쩍 넘어섰고 4분기도 3%대를 점치는 수준이다. 지난해 11월 무역적자가 4년 만에 최저였고, 실업률도 7.0%로 5년 만에 가장 낮았다. 생산 소비 고용이 고루 회복세여서,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루비니 교수조차 낙관적인 예상을 내놓을 정도다.

하지만 미국의 경기회복을 양적완화의 결과로 본다면 지나친 단견이 아닐 수 없다. Fed가 매달 850억달러를 푼 결과 주가는 사상 최고치로 밀어올렸지만 실물까지 되살려낸 것은 아니다. 양적완화로 구조조정에 필요한 시간을 버는 동안 셰일가스로 인한 원가경쟁력과 기술혁신이 미국 제조업을 부활시킨 것이다. 불황에 빠졌을 때 돈만 푼다고 경제가 살아나는 경우는 없다. 구조조정과 생산성의 뒷받침이 없는 회복세는 사상누각일 뿐이다.

그럼에도 국내에선 미국, 일본의 예를 들어 우리나라도 과감한 양적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는 미국의 셰일혁명과 제조업 생산성, 잃어버린 20년이란 인고의 세월을 견뎌낸 일본 기업들의 경쟁력을 간과한 착각이자 오류다. 보일러가 돌아야지, 샤워기만 마냥 틀어놓는다고 더운물이 나오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