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대규모 도·감청 파문이 정보기술(IT) 분야 기업의 매출 타격으로 번지고 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29일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IBM과 시스코 등 미국 대표기업의 8~10월 매출이 전년과 비교해 17억 달러(약 1조8000억원) 이상 감소하는 등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신뢰도가 떨어진 글로벌 IT 기업의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NSA의 정보수집 활동에 협조해 온 사실이 스노든의 폭로로 드러나면서 보안에 불안감을 느낀 아시아 등 신흥국 기업들이 신규 구매를 꺼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아시아 최대 시장인 중국은 이번 사태를 자국 통신기업에 대해 스파이 활동 의혹을 제기해 온 서방국에 대한 반격의 기회로 삼는 상황이어서 업계의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미국 산업표준 기관인 클라우드 보안연맹(CSA)은 NSA의 정보수집 파문에 따른 IT 업계의 매출 손실이 앞으로 3년간 350억~4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IBM은 지난 8~10월 아시아·태평양 지역 매출이 15% 하락해 직전 분기보다 하락폭이 2배로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네트워크 장비업체 시스코도 스노든 폭로 사태 이후 3개월간 매출이 8.75% 감소했다.

이에 따라 미국계 기업이 주도해온 IT 시장의 판도에도 변화의 기류가 일고 있다. 독일에서는 NSA가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휴대전화까지 감청한 것으로 드러나자 시스코 등 미국계 기업과의 정부 조달계약에 제동이 걸렸으며 독자적인 이메일과 인터넷 사업자 육성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프랑스는 1억3500만 유로를 투입해 자국 기업 중심의 클라우드 네트워크 구축에 나서고 있다. 유럽에서는 스노든 폭로를 계기로 미국을 우회하는 독자적인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 논의도 활기를 띠고 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