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세계 주요 국가 중 판매가 가능한 기간인 판매기한(sell by date·한국의 유통기한) 개념을 적용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과 한국밖에 없다. 식품의 날짜 표시방식은 식품의 특성과 국가에 따라 운영방식이 조금씩 다르지만 크게 ‘판매기한’, 좋은 맛을 내는 기간인 ‘품질유지기한(best before date·일본은 상미(常味)기한)’과 섭취가능 기간인 ‘소비기한(use by date)’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일본, 유럽연합(EU), 호주 등은 품질유지기한과 소비기한을 적는다. 중국은 소비기한과 제품을 만든 제조일자, 캐나다는 품질유지기한과 제품을 포장한 포장일자만 표기한다.

영국은 판매기한, 품질유지기한, 소비기한을 모두 활용했지만 2011년 판매기한을 없앴다. 영국에서 판매기한은 제조사와 유통사 간의 참고 목적으로 쓰였지만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불필요한 식품 낭비를 초래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한 위반에 대해서도 한국처럼 정부가 적극 개입하는 경우는 드물다. 일본, EU 등에선 ‘기한 경과 후 판매’해도 안전성 문제를 일으켰을 때만 법적 판단에 따라 처벌이 가해진다. 미국은 영·유아 대상 식품 등 민감한 제품에 한해서만 엄격하게 기한을 관리한다.

일본에서는 용기·포장재질 개발 등을 통해 소비기한을 늘려 식품의 낭비를 줄이려는 노력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아직 먹을 수 있지만 폐기되는 식품이 연간 500만~800만t에 달한다.

후생노동성은 지난해부터 식품 폐기를 줄이기 위해 기업들에 기술개발을 통한 소비기한 연장을 주문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하우스식품은 최근 소스의 용기를 태양광이 통과하기 어려운 소재로 개량해 기한을 기존보다 3개월 긴 1년으로 늘렸다. 기린음료는 주력 차 음료 상품의 소비기한을 기존 180일에서 270일로 연장했다.

박은희 KOTRA 도쿄무역관 과장은 “소비기한에 따른 낭비를 줄이는 것이 일본 식품업체들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