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 아침 ‘날벼락’…처참한 헬기 잔해 >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수사관들이 헬기 사고가 발생한 16일 오후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현장에서 사고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추락한 헬기의 잔해를 살펴보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 주말 아침 ‘날벼락’…처참한 헬기 잔해 >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수사관들이 헬기 사고가 발생한 16일 오후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현장에서 사고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추락한 헬기의 잔해를 살펴보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지난 16일 오전 8시54분께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에 헬기가 충돌한 사고를 계기로 악천후 때 도심을 운항하는 항공기의 안전수칙 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도심 내 고층 빌딩과 민간 헬기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과 같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헬기 운항 가이드라인 개선 시급

1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민간 보유 헬기는 총 109대에 이른다. 하지만 이번 사고처럼 안개가 많이 낀 지역 등을 헬기가 운항할 때 별도의 금지 규정 등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비슷한 사고가 또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브리핑을 통해 “인구 밀집지역에서는 될 수 있는 한 비행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별도의 금지 규정은 없다”며 “하지만 인구 밀집지역 등의 상공에서는 장애물에서 300m가량 떨어져 비행하라는 식의 ‘최저고도비행안전 시행규칙’ 등이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헬기 운항에 대한 규정 등은 갖춰져 있지만 악천후 등에 대비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은 없는 셈이다. 또 헬기가 이륙할 때는 특별한 시정거리(눈으로 식별할 수 있는 거리) 제한 규정도 없다. 헬기는 수직 이착륙이 가능해 일반 여객기 등과 달리 국제적으로도 이륙 시 시정거리 제한이 없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따라서 민간 헬기 운항 여부는 조종사 판단에 따라 결정되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이와 관련해 도심을 운항하는 항공기의 안전수칙 강화를 요구했다. 민현주 새누리당 대변인은 “도심 내 항공 운항에 대한 규칙이나 체계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고 조종사의 판단이나 경험에 의지하다 보니 사고로 이어진 측면이 있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도심 항공안전수칙을 정비하고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국내 33개 헬기 보유업체를 대상으로 특별 안전점검에 돌입했다. 18일부터 내달 30일까지 17명을 투입해 업체의 안전관리 현황과 조종사 교육훈련, 안전 매뉴얼 관리, 정비 적절성 등을 점검하고 위법사항은 엄정조치할 계획이다.

서울시도 헬기 충돌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연말까지 항공장애가 되는 시내 고층건물 159곳과 헬리포트 488곳을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도심서 고층건물 충돌 첫 사고


지난 16일 LG전자 소속 헬기가 충돌해 추락한 사고는 국내에서 헬기가 도심 건물에 충돌한 첫 사례다. 이 사고로 조종사 박인규 씨(58)와 부조종사 고종진 씨(37)가 사망했다. 추락한 헬기 잔해는 이날 오후 사고원인 분석을 위해 김포공항 인근에 위치한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격납고로 옮겨졌다. 사고조사위원회는 헬기의 블랙박스를 분석해 비행경로 이탈, 사고 당시 고도와 속도, 조종실 대화 내용 등을 분석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힐 계획이다.

사고 충격으로 아파트 21층에서 27층까지 창문이 깨지고 외벽이 상당 부분 부서졌다. 사고 당시 아파트 21~27층에는 8가구 32명이 있었지만 신속하게 대피해 인명 피해는 없었다. LG전자 측은 “19일 사망한 조종사·부조종사에 대해 합동영결식을 갖기로 하는 등 최대한의 예우를 갖출 것”이라며 “유족 보상은 물론 주민들의 피해 복구 및 보상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LG전자는 피해 가정을 방문해 피해 규모를 파악하기로 했다.

사고현장은 당일 오전 일부 피해 가구를 시작으로 파손된 유리창과 문틀 복구 공사가 본격화됐다. 강남구청은 관계기관과 함께 헬기와 충돌한 아파트에 대해 정밀 안전진단을 하기로 했다.

안정락/이지훈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