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Story < '입는 컴퓨터'로 확 바뀐 기업들 >

물류기업 '스마트 글라스', 배송박스 속 물건 한눈에
디즈니랜드 손목밴드, 식사예약·사진까지 전송
직원 사생활 침해 논란도
(왼쪽부터) 히타치의 새 신분증 '비즈니스 현미경' / 물류 정보를 알려주는 뷰직스의 '스마트 글라스' / RFID칩이 내장된 월트디즈니의 '매직 밴드' / 운동선수의 움직임을 분석해주는 '옵팀아이'

(왼쪽부터) 히타치의 새 신분증 '비즈니스 현미경' / 물류 정보를 알려주는 뷰직스의 '스마트 글라스' / RFID칩이 내장된 월트디즈니의 '매직 밴드' / 운동선수의 움직임을 분석해주는 '옵팀아이'

일본 전자업체 히타치는 최근 직원들의 신분증을 ‘비즈니스 현미경’이라는 이름의 ‘입는 컴퓨터(웨어러블 컴퓨터)’로 바꿨다. 카드 형태의 목걸이인 이 기기는 직원의 움직임과 말하는 습관, 목소리에 담긴 에너지, 대화 상대 등 업무 능률과 관련한 모든 요소를 기록한다. 사무실 온도와 습도, 조도는 실시간으로 중앙관제센터로 전달된다. 직원들은 이 카드를 통해 자신의 커뮤니케이션 습관과 업무 태도를 분석한다. 히타치 관계자는 “입는 컴퓨터를 도입한 뒤 일부 직원은 스스로 동료에 비해 회의 시간에 소극적이었다는 점을 알게 되는 등 자신의 업무 습관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문화가 생겼다”고 밝혔다.

입는 컴퓨터를 업무 현장에 도입한 회사는 히타치뿐만이 아니다. 월트디즈니사가 운영하는 디즈니랜드, 미국의 일부 물류업체 및 미식축구팀 등이 상용화를 마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엄청난 기회를 제공하는 입는 컴퓨터로 이미 비즈니스 혁명이 시작됐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장 많은 관심을 쏟는 곳은 물류업체다. 대부분의 물건이 박스나 컨테이너 안에 들어 있기 때문에 옮기다가 파손되는 경우와 위험한 순간이 많아서다. 뷰직스가 개발한 안경 형태의 ‘스마트 글라스’는 고감도 카메라가 바코드를 스캔한 뒤 박스 속 물건이 부서지기 쉬운 것인지, 주문서의 것과 같은 물건인지를 구분해서 알려준다. 이 기기를 소프트웨어와 연결하면 창고 내 물류 흐름도 한눈에 모니터할 수 있다. 지게차 기사와 중앙관제시설 직원은 실시간으로 화상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디즈니랜드에도 입는 컴퓨터가 등장했다. 전자태그(RFID)칩이 내장된 손목밴드를 사용하는 것. 이 밴드 하나로 디즈니랜드 내 모든 장소를 통합 이용한다. 호텔방 열쇠, 입장권, 금액 충전권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은 물론 식사 메뉴와 장소 예약, 자신의 컴퓨터로 사진 전송도 가능하다. 디즈니랜드의 웹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에서 놀이기구를 예약하면 밴드 안에 자동으로 입장권이 내장되는 식이다.

스포츠 영역에서의 활용도 눈에 띈다. 카타퓰트스포츠가 개발한 입는 컴퓨터 ‘옵팀아이’는 미식축구팀에서 맹활약 중이다. 성냥갑 사이즈의 이 기기를 선수들의 옷 안에 부착하는 방식이다. 위치 추적, 회전력, 가속도 측정 기능이 합쳐져 선수들의 최고 속도와 방향 전환, 운동 거리 등을 보여준다. 이 데이터로 선수의 피로도를 예측해 부상 가능 시점을 알려주고, 최적의 연습 날짜도 지정해준다. WSJ는 “스포츠 코치들이 눈을 부릅뜨고 선수들을 지켜봐야 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 노트북 모니터만 보고 있으면 모든 게 계산돼 나온다”고 설명했다.

도덕적인 논란은 여전하다.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입는 컴퓨터를 무분별하게 도입할 경우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WSJ는 “개인 목적과 회사 목적의 접점을 잘 찾아야 하고 사전에 알려주지 않은 개인 정보 수집은 철저히 금지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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