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천신 웅진홀딩스 상무(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 파산 3부를 찾아갔다. 웅진케미칼 매각이 회생계획안에서 예상한 것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에 대해 보고하기 위해서였다.

박 상무는 법정관리 조기 졸업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처음에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채권단이나 법원의 ‘심기(心氣)’를 거스르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회사의 경영 현황에 대해 거듭 질문하자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그는 “웅진케미칼 매각 본계약이 체결되면 예상보다 빨리 그룹이 정상화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법정관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채권자들에 대한 1차 채무 조기 상환, 충실하게 이행하는 변제(채무상환)계획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며 “여건이 마련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법정관리 조기졸업에 대해 법원이나 채권단과 논의했느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논의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웅진케미칼 본계약이 체결되고 나면 (법정관리 조기졸업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회생계획안에서 미확정 채무로 남아 있는 3000억원 중 일부는 채권자들이 소송을 제기한 상태여서 지금 갚고 싶어도 법원의 판단 이후에나 가능하다”며 “확정 채무는 우선 변제해 법정관리에서 벗어나고, 그 이후 미확정 채무를 갚아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 상무는 또 “내년 이후 웅진플레이도시, 웅진에너지 등 계열사 매각이 예정돼 있으나 채무상환 자금을 충분히 확보한다면 채권단과 다시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계열사 매각 등 구조조정을 원활히 마무리해 채권자들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